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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화산활동 남북공동연구소 추진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4 17:24

수정 2018.05.14 20:38

기상인프라 중장기 협력과제.. 정부, 내부적으로 검토
백두산 화산활동 남북공동연구소 추진


정부가 백두산 화산활동 감시를 위한 남북공동연구소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북한을 중심으로 중국, 영국 등 주요국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형태다. 백두산은 1000여년 전 대폭발(분화)한 적이 있다. 그 후 30회 이상 크고 작은 분화가 있었던 활화산이다. 북한은 물론 한국, 중국 정부도 백두산 화산 분화라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그동안 북핵 문제 등으로 공동연구는 사실상 진행되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14일 "백두산 화산활동 남북공동연구소 설치 등이 담긴 남북 기상인프라 중장기 협력과제를 지난주에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5~6개 기상분야에서 남북이 함께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기상청.환경부가 마련한 백두산 화산활동 감시 남북공동연구소 구축방안은 과거 3차례 공동연구 시도가 남북관계 경색으로 중단됐다가 4·2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것에 근거해서 마련됐다. 백두산 주변에 분화 전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점도 연구소 구축일정을 앞당기는 요인이다.

참여국가는 북한과 영국이 공동연구를 수차례 했고 우리 정부는 지난 3일부터 중국과 공동연구에 착수한 점, 북한이 우리 정부와 공동연구를 희망하고 있는 것 등이 고려됐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이미 세계적인 지질.화산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화산학자인 클라이브 오펜하이머 교수, 영국 런던대 제임스 해먼드 지구물리학 교수 등의 자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연구소 구축이 확정될 경우 장소는 백두산 화산재의 직접적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대신 마그마 시추.연구 첨단장비 등을 이동시키기 비교적 쉬운 곳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화산특화연구센터장)는 "백두산 천지가 아니라 직접 재해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소가 과학기지 베이스캠프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지점에서 백두산 방향으로 관측점 등 장비가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백두산은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사실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마그마 가까이에서 시추를 하고, 백두산 심부에 첨단장비를 구축해 마그마 거동 변화를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동연구는 남북을 중심으로 중국, 영국, 미국,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 전문가가 대거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마그마 시추기술을 가진 곳은 미국, 이탈리아, 일본 정도다. 일본은 북한에서 거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백두산의 4분의 3가량이 자국 영토여서 중국의 협조 없이 정밀조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영국은 북한과 수차례 공동연구한 경험이 있다. 정부 목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화산활동감시 공동연구소 구축과 운영'이다.


초기엔 북한.영국, 한국.중국의 각각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 북한과 영국은 10여차례 공동연구를 했으며 한국.중국은 이달 3일부터 백두산 화산의 전조현상 및 분화 예측을 위한 '한.중 백두산 공동 관측 장기연구'에 들어갔다.


윤 교수는 "북한과 영국이 지진계를 백두산 천지에서 동쪽 두만강 방향으로 설치해놨는데 (남북) 관계가 좋아져 반대쪽에도 설치하면 백두산을 횡단하는 연구를 할 수가 있다"면서 "그래서 중국과 북한에서 모두 연구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라고 피력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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