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북, 고위급회담 일방 연기] "판돈 올리려는 협상카드 김정은, 판 깨진 않을 것"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6 17:17

수정 2018.05.16 17:17

WP '전형적 패턴’ 분석.. 美정부도 "회담준비 계속"
16일 일본 도쿄에서 한 시민이 북한의 남북고위급회담 취소 소식을 전하는 대형 TV 앞을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16일 일본 도쿄에서 한 시민이 북한의 남북고위급회담 취소 소식을 전하는 대형 TV 앞을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이유로 16일 남북고위급회담을 전격 취소한 데 이어 다음달 12일로 잡힌 북·미 정상회담도 재고할 수 있다고 공개 경고한 데 대해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형적 협상전략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을 깰 수 있다'고 위협함으로써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 한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오랫동안 미국과 정상회담을 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상회담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로 보기는 힘들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 "북한이 미국 측에 일방적인 핵포기 주장과 리비아식 해법에 대한 발언을 멈추라고 주장하면서 다음달 있을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빠르게 골대를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WP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북·미 정상회담 재고 의사를 밝힌 것은 "바라는 것을 얻지 못할 경우 나가버리겠다고 위협해 협상의 판돈을 올리는 북한의 전형적인 패턴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미 외교전문매체인 '디플로매트'의 편집장 앤킷 팬더는 트위터에 북한의 움직임을 '벼랑끝 전술'에 비유하며 "북한은 단지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북·미 정상회담을 원하는지 시험해보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의 한국 전문가인 애덤 마운트는 "북한은 협상의 조건을 바꾸려 하고 있다"며 "미국은 현재 즉각적인 비핵화를 이루지 못하는 대신 미국 및 동맹국들의 안보를 개선하는 안을 북한과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판을) 떠날 것인지 중대한 선택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를 시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퍼시픽포럼의 랠프 코사 소장은 블룸버그통신에 "북한은 상황을 통제하며 한국과 미국이 얼마나 간절한지 시험해보고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상기시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컬럼니스트 프리다 기티스 역시 CNN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시험하고 있다"며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무산을 막기 위해 얼마나 기꺼이 나설 것인지를 파악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과 한국에서 북한을 미국과 대등한 핵보유국이 아닌 상대적으로 약한 협상 파트너로 취급하는 발언들이 나온 데 대해 북한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의 발표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엄청난 위협'이라기보다는 도로의 요철 같은 사소한 문제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 또한 북한의 '엄포 놓기'일 수 있으며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무산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랜드 폴 의원(켄터키주)은 CNN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발표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며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여전히 낙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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