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와 괴롭힘이 일상..길냥이·반려묘 수난시대

고양이를 상습적으로 학대하는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동물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보다 강력한 처벌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에서 목이 잘린 고양이 머리가 발견돼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겼다. 같은 해 경기도 안양시 한 아파트 후문에 새끼 고양이가 가시나무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됐다. 지난 8일에는 안양시 주택가 옥상 전깃줄에 목이 매달린 채 죽어있는 고양이 사진이 SNS를 통해 퍼져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

고양이를 상습적으로 학대하는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동물애호단체는 현상금을 걸고 범인 잡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범인을 잡는다 해도 생명을 앗아간 사람을 처벌하기는 어렵다. 고양이를 큰 통덫에 가둔 채 뜨거운 물을 붓고 쇠꼬챙이로 찌른 학대자는 4개월의 징역형, 2년의 집행유예, 300만원의 벌금형, 2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받았다. 길고양이를 막대기로 내려치고 항아리에 가둔 채 소변까지 본 학대자는 구약식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뿐이었다.

지난해 동물권단체 '케어'를 통해 들어온 1930건의 제보 중 동물학대는 733건으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제보 대상은 개(1098건), 고양이(732건), 기타 포유류(73건)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고양이 학대 제보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향후 개 학대 수치를 앞설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울어대는 길냥이와 지켜주려는 캣맘.. 해결책은 중성화 수술?
길고양이는 주로 '애증'의 대상으로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위생상 깨끗하지 않고, 무심코 쳐다봤을 때 무섭고 기분 나쁘다는 인식이 있다. 반면 길에서 서식한다는 점이 사람들로 하여금 안타깝고 가여운 연민의 감정을 갖게 한다. 길고양이들에게 사료와 물을 주며 자발적으로 '캣맘'을 자처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국적으로 길고양이 수는 대략 어느 정도 일까.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길고양이 개체수만 무려 13만9000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길고양이는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에나 있다'고 할 정도로 흔히 볼 수 있는 존재다. 임신 기간도 약 65일 정도로 짧고, 번식력도 높아 한 배에 4~6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조사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신고된 전체 5만402건 동물 민원 중 절반 이상이 길고양이와 관련된 민원이었다. 전국 각 시·도는 길고양이 개체수 급증을 비롯해 소음·질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중성화 수술(TNR, Trap Neuter Return)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중성화 수술 사업은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시킨 뒤 돌려보내 번식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길고양이에게 중성화 수술이 필요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가장 큰 이유는 길고양이가 도시 생태계의 일환이기 때문에 인간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중성화시켜 개체수를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길고양이들의 번식 본능을 억제해 발정 시 발생되는 소음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길고양이들의 잦은 임신을 방지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현재로서는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사업이 민원 해결의 최선책으로 통한다. 하지만 중성화 수술 사업에도 맹점이 있다. 각 시·도에서 매일 길고양이를 찾아 포획한 뒤 중성화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길고양이에 대한 지역주민의 관심이 중요하다.

일본은 사람과 길고양이가 공생하는 도시환경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일본의 비영리단체 '네코다스케'는 1997년부터 도쿄 신주쿠를 중심으로 길고양이 때문에 피해를 겪고 있는 이웃에게 문제의 요점을 알리는 활동을 한다.

길고양이로 갈등을 겪는 주민들과 관계자들을 모아 관리 계획을 서로 논의하기도 한다. 구체적인 예로, 고양이 화장실을 화단 형태로 만들거나 공동 사료장 관리법을 가르쳐 길고양이에 대한 거부감을 줄인다. 또한 주민들이 함께 정해진 시간에 모여 길고양이를 붙잡아 중성화 수술을 시킨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도쿄 도내 공생 모델 지구 20곳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길냥이 뿐 아니라 반려묘까지 학대.. 처벌규정은?
최근에는 개보다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4일 농림축산식품부 조사 결과, 반려견 수가 2012년 440만마리에서 지난해 662만마리로 1.5배 증가했다. 반려묘 수는 같은 기간 116만마리에서 233만마리로 2배가 늘어났다.

하지만 반려동물로 키우는 고양이를 학대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경기도 고양시의 한 PC방 업주가 키우는 고양이를 벽에 집어던지고 마구 때리는 등 학대해 충격을 준 바 있다. 이 남성은 구약식 벌금 700만원형을 받았다. 지난 2일 경북 구미 주택가에서는 4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버려졌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에서 조사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제2조 제1의 2항에서 동물학대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제8조 제2항 제4호에 따르면 동물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만약 이를 위반해 동물을 학대했을 시 지난 3월부터 개정된 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는 재물손괴죄의 형량(3년)보다도 처벌 수위가 낮다.

동물권단체 '케어' 조연서 국장은 "동물보호법 위반의 형량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그에 준하는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며 "집행유예나 기소유예 등의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보다 강력한 처벌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