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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경기진단 두 목소리, 내부 조율부터 하길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7 17:02

수정 2018.05.17 17:02

고용부진 등 싸고 이견 노출.. 침체국면 경고 새겨 들어야
경제팀이 극심한 고용부진의 원인을 놓고 불협화음을 노출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임금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 열린 당정청 협의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는 없었다"고 못을 박았다.

올 들어 고용 상황은 일자리 정부가 무색할 만큼 나빠지고 있다. 취업자 증가폭이 3개월(2~4월) 연속으로 10만명대 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표 악화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추세적인 변화로 봐야 한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앞으로 상당 기간 이 추세가 지속된다는 뜻이다. 이는 경기악화를 예고하는 분명한 신호탄이다. 따라서 고용부진의 원인을 파악해 해법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이런 때에 경제팀의 핵심 2인이 다른 진단을 내놓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논란의 핵심은 최근의 고용악화 원인이 무엇이냐다. 청와대와 정부는 그동안 한목소리를 냈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 아니라 조선업 등 불황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김 부총리의 국회 발언은 이런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3개월째 지속된 고용악화를 더 이상 외면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고용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의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1.2% 줄었다. 제조업 가동률(70.3%)은 9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으며 투자도 부진했다. 지난달에는 수출 증가율이 18개월 만에 마이너스(-1.5%)를 기록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여러 지표로 봐 경기가 침체 단계 초입에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대통령에게 경제정책을 자문하는 헌법기구이며 의장은 대통령이다. 김 부의장이 오죽 답답했으면 이런 진단을 내놓았을까. 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수출 둔화와 경제활동지수 하락을 근거로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경기 낙관론을 고수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등의 대선공약을 밀어붙이기 위해 경제지표 악화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기재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경기를 진단하면서 '회복 흐름'이란 단어를 빼고 발표했다가 나중에 다시 집어넣었다. 실무진의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그린북의 '회복'이란 단어는 실수로 빠트릴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실무진의 판단이 외압에 의해 뒤바뀐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경제부총리는 실적으로 평가받고 책임지는 자리다.
대선 공약 이행도 중요하지만 그러나 경제를 희생하면서까지 공약 이행에 묶여 있을 수는 없다. 경제부총리는 그 점에서 청와대 정책실장과는 입지가 다르다.
김 부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잘 전달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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