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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철도개혁, 두 나라 이야기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7 17:03

수정 2018.05.17 17:03

[차장칼럼] 철도개혁, 두 나라 이야기

최근 인터넷 해외여행 커뮤니티엔 프랑스 국영철도 파업일정표가 올라온다. 열차가 취소될 수 있으니 대비하자는 차원이다. 프랑스철도공사(SNCF) 소속 4대 노조는 지난 4월부터 6월 말까지 3개월 일정으로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 첫날부터 파리북역 등에는 열차가 부족해 출퇴근 대란이 빚어졌다. 그래도 노조는 '마크롱 타도'를 외치며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철도개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이다.


프랑스 철도개혁안은 대선 때마다 나오는 단골 공약이다. 80년 역사를 가진 SNCF는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직원 가족들은 공짜로 기차를 탄다. 50세가 넘으면 조기퇴직하고 연금도 받는다. 매년 적자는 30억유로(약 4조원)씩 쌓인다. 올해까지 적자는 최대 500억유로(약 67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연봉이 매년 자동으로 오른다. 기차 한 대 운행비용은 유럽 다른 국가보다 30% 더 든다.

마크롱은 SNCF에 과감히 칼을 대겠다고 선언했다. 신입사원에겐 조기퇴직 후 받는 연금을 없애기로 했다. 노조를 정조준한 개혁안이다. 마크롱은 취임 초기에도 강도 높은 노동개혁을 단행했다. 노동법을 뜯어고쳐 강성노조의 교섭권을 약화시키고, 기업들엔 해고조건을 완화했다.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은 줄여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도록 만들었다. 취임 1년차 성적표는 긍정적이다. 지난해 4·4분기 실업률은 8.9%로 2009년 이후 최저치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지난해 1.9%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지율은 40%대다. 강성노조에 밉보인 탓이 크다.

이달 취임 2년차를 맞은 마크롱에게 철도노조는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이다. 정권마다 철도개혁을 밀어붙였지만 번번이 노조 파업에 백기를 들었다. 1995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복지제도 개편에 나섰지만 노조 반발로 무산됐다. 2010년에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연금개혁안을 내놨지만 노조 반발로 후퇴했다. 하지만 SCNF의 방만경영을 더 방치하면 해외업체에 먹힐 위험이 크다. 독점체제인 프랑스 철도시장은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유럽연합(EU)에 개방해야 한다. 마크롱은 지난 4월 TV 프로그램에 출연, "지금 25세 청년을 내 할아버지 때와 같은 조건으로 고용하면 국철은 더 존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마크롱보다 닷새 빨리 취임했다. 하지만 친노동정책을 펴며 정반대 노선을 간다. 대표적인 게 철도운영사 통합이다. 이전 정부는 철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16년 12월 수서발고속철도(SRT) 운영사인 SR을 만들었다. 하지만 SR이 출범한 지 1년 만에 정부는 SR을 코레일과 통합시키려 한다.
SRT 운영으로 적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코레일 노조의 주장 때문이다. SRT가 다닌 지 1년 만에 국민들은 요금을 700억원 넘게 아꼈다.
오히려 정부가 코레일 자체 경쟁력 강화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철도 문제에 있어선 문 대통령이 마크롱의 뒤를 따르면 좋겠다.

ksh@fnnews.com 김성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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