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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신경전] 北 리선권 강경발언… 남북대화 판 깨려하나

김은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7 17:17

수정 2018.05.17 22:09

"엄중한 사태 해결 안되면 南과 마주앉기 쉽지 않아" 靑은 북-미 중재 총력전
청와대가 북·미 간 기싸움 중재에 적극 나섰다. 키워드는 역지사지(易地思之).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북한도 미국도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측이 남북대화 재개에 부정적이어서 모처럼 조성된 대화정국에 빨간불이 켜졌다.

청와대는 17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남북 고위급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위해 북측과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해 중국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해법으로 강조했던 '역지사지 외교'를 북·미 갈등에도 적용해 풀어가겠다는 의지다. 특히 한미·남북 간 각급 채널을 총동원해 상호 의견을 전달하고 조율하는 등 중재자로서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북·미 정상회담 재고려' 성명을 내놓은 직후 신중한 입장을 밝혔던 것과 다른 적극적인 태도다.

하지만 남북 고위급회담 북한 단장인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북·남 고위급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마주앉는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향후 대화재개 난항이 예상됐다.

앞서 북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비난하며 16일 열기로 한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 연기하겠다고 당일 오전 0시30분 우리 정부에 통보한 바 있다. 통일부는 즉각 유감 표명과 회담에 조속한 호응을 촉구한 통지문을 북측에 보낸 바 있다. 리 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은 필요한 수습대책을 세울 대신 터무니없는 '유감'과 '촉구' 따위나 운운하면서 상식 이하로 놀아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청와대가 북·미 대화 중재에 적극 나서는 등 대화국면을 조성하는 데도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평가된다.

NSC는 북·미 정상회담이 상호존중 정신하에 성공적으로 진행되도록 여러 채널을 통해 한미·남북 간 입장조율에 나서기로 했다고 김의겸 대변인은 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북한과 미국이 뭔가 입장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서로가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려는 자세와 태도가 필요하다. 역지사지를 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미·남북 간 입장조율을 강조한 데 대해선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지"라고 부연했다.


이날 정의용 실장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 통화를 한 것도 북한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한 행보다. 통일부, 국가정보원 등을 통한 대북 소통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다음주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남북 정상 간 첫 핫라인(직통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의 의중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ehkim@fnnews.com 김은희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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