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신경전]

"판 깨지는 말자" 北·美 물밑접촉 활발

美 국무, 北과 핫라인 유지..비핵화-체제보장 집중할 듯

내달 12일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벌어진 북미간 갈등 노출과 관련, 비핵화의 단계와 구상 등의 서로의 간극을 인정하면서도 '판을 깨지는 말자'는 공감대 속에 북미간 접점찾기를 위한 물밑 접촉이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북한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전략안보보좌관의 '북한의 인권문제' 등 언급을 이유로 남북고위급회담 무기한 연기와 북미회담의 재고 가능성을 내비치며 전략적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번씩이나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핫라인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도 많은 희생과 대가가 뒤따르는 북미대화 자체를 '없었던 일'로 되돌리기보다는, 비핵화 합의 수준과 규모, 단계별 검증과 사찰 등에 대한 합의를 앞두고 대화의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정은-트럼프 '투트랙' 맞대응 전략?

17일 외교가에 따르면 북미는 강대강 대치국면 속에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물밑 교섭을 꾸준하게 벌이고 있다.

우리측 외교당국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북미간 물밑접촉은 여전히 활발하다. (비핵화 수준 등에 대한) 접점을 좁혀가고 있으며 외교부도 이같은 의견조율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해야 한다는 목표는 북미간 서로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측의 대화 재개를 위한 교섭창구는 김정은 위원장을 두번이나 만난 폼페이오 국무장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비핵화 수준이나 범위, 단계별 사찰 범위 등에 대해 충분히 사전 교감을 나눈 만큼 허심탄회하게 물밑 교섭을 벌일 수 있는 상대이기 때문이다. 미국내 가장 강성 매파인 볼턴 보좌관의 비핵화 관련 강성발언을 최대한 경계하면서도 북미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의도에서 북미대화 재고려 카드를 전략적으로 내놨다는 관측이다.

북측으로선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아닌 김계관 외무 제1부상이 날선 비판을 이어가는 것도 비핵화 우선 추진에 따른 북한 군부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물밑에서 미국과 접촉하면서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고 있는 '투트랙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외교가 관계자는 "북한은 체면을 중요시 여긴다. 볼턴 보좌관의 발언을 '콕' 집어 규탄하는 것도 미국 강경파들에 대한 규탄인 것"이라며 "북한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우리 정부가 북미간 중재역으로 다시금 부상하는 모습을 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물밑에서 북측과 비핵화 의제를 놓고 접점을 찾아가는 동안 볼턴 보좌관이 "여전히 완전하게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추진할 것"이라는 강경발언의 수위를 낮추지 않고 미국 강경파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투트랙 전략'인 셈이다.

■비핵화 의제만 집중키로

북미정상회담 의제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비핵화'와 '체제보장'으로만 집중된다. 북한은 리비아 방식의 비핵화를 부정하고 나서고 있는 데다 백악관도 '트럼프 방식'이라는 단어로 새로운 방식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동시적-단계적 조치로 비핵화 순서에 맞춰 제재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도 핵무기 이전 등이 먼저 진행되면 북미수교 등 체제보장을 위한 단계적 조치를 이행할 가능성이 높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기폭장치, 기존 완성된 핵탄두와 무기 등을 먼저 이전할 경우 미국에 대한 위협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조성렬 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핵무기 이전은 △핵탄두와 무기, 기폭장치를 미국 등으로 이전 △핵프로그램, 핵물질원심분리기 등의 검증·사찰 △탄도미사일 해체 등 3개의 패키지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