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쓰레기 대란, 新 바젤 협약 출범을 기대하며

#. 소시지용으로 어떤 고기가 사용되는가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바닥은 일꾼들이 꿍꿍거리며 밟고 다니고 침을 뱉어내고 하여 병균이 우글거렸다. 약을 먹고 죽은 쥐의 시체와 함께 여러 가지 잡스러운 것들이 소시지 속으로 들어가 우리가 먹는 한입 한 입이 되었다. <업튼 싱클레어의 ‘정글’>

1900년대초 시카고 육가공 공장의 비참한 노동현실을 그린 소설 ‘정글’은 출간과 동시에 공전의 히트를 쳤다. 싱클레어는 자본주의에 비참하게 이용되는 노동자들을 위해 이 책을 썼지만 상황은 의도와 다르게 흘러갔다. 사람들은 노동자들의 인권보다는 식료품의 비위생적인 제조 실태에 더 주목했다. 소설은 미국 '식품의약품안정청(FDA)'이 설립되는 계기가 되긴 했지만 정작 노동자들의 삶은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사회 고발은 때로 애초의 목표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노동문제나 환경문제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고통을 겪는 당사자가 약자라서일까 혹은 나의 고통을 우선시하는게 본성이어서일까. 미디어나 책으로 전해지는 타인의 고통은 순간적인 동요를 일으킬 뿐 곧 무감각해진다.

중국이 쓰레기 반입을 거부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다. 동시에 주목받은 것은 중국의 한 청년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차이나'였다. 2016년 선댄스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이 2년뒤 우리나라에서 관심을 받은 것이다. 요즘처럼 실시간으로 세계적인 콘텐츠 공유가 가능한 시대에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닌 듯 하다.

플라스틱 차이나가 이제서야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중국의 쓰레기 반입 거부가 우리의 삶에 불편함을 줬기 때문이다. 중국정부가 지난해 7월 쓰레기 거부를 선언하고 올해 1월부터 시행에 돌입하자 곧 우리들 집 앞에는 수거되지 못한 쓰레기가 쌓였다.

플라스틱과 비닐쓰레기가 초래하는 환경문제는 이미 수십년전부터 제기돼왔다. 바다거북이는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박혀 피를 흘리고 등에 감긴 비닐끈 때문에 8자 모양의 기형적인 모습이 됐다. 바다에는 수십톤의 플라스틱이 떠다니고 고래의 뱃속은 내다버린 쓰레기로 가득찼다. 환경 단체와 시민운동가들은 이런 영상을 수없이 제작했고 유튜브 등을 통해 게시했지만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당장 우리에게 초래되는 불편과 고통으로 와닿지 않은 탓이다.

현재 국제 환경협약 중 직접적으로 쓰레기를 겨냥한 국가간 유해 폐기물 이동을 금지하는 바젤협약(1992년부터 발효) 정도다. 그나마도 바젤협약은 40여종의 특수한 폐기물로 대상을 한정하고 아프리카등 힘없는 나라들이 주축이 된 것이라 거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쓰레기 배출 부문에서도 교토의정서, 파리협약에 준하는 국가간 합의가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한하자는 국가간 협약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OECD국가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은 1990년에서 2015년사이 37.4% 줄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해하는 미생물을 개발한다거나 이를 대체할 신물질을 내놓는 등 과학의 부작용을 과학으로 다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과 영국, 유럽 여러나라들이 중국을 대체할 제2의 쓰레기장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가장 탁월한 해결방법은 덜쓰고 덜 배출하는 것 뿐이다.
알면서도 실행하지 않았던 것은 절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앞에 쌓인 쓰레기로 눈살을 찌뿌리고 코를 막았던 불쾌함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지금이 문제를 해결할 적기다. 불쾌함들이 휘발될 쯤이면 우리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수십톤의 쓰레기를 매일 배출하며 살아갈테니 말이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