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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일본도 원전 새로 짓겠다는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8 17:01

수정 2018.05.1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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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중장기 에너지계획 초안에 원전을 '가장 중요한 전력원(Base load)'으로 못 박았다.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20~22%로 늘린다는 방침도 그대로 유지했다. 목표치를 채우려면 원전 30기를 돌려야 하는데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8기에 불과하다. 사실상 원전을 새로 짓겠다는 얘기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탈원전 여론이 어느 나라보다 거세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원전 비중을 20%대로 늘리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에너지계획 초안에서도 밝혔듯이 원전이 안전성·경제성 등에서 다른 에너지에 비해 뛰어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대만도 탈원전 속도조절에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작년 말 "원전은 탄소배출이 가장 적은 친환경 방식이고, 신재생에너지는 전력생산이 불안해 원전을 대체할 수 없다"며 탈원전 공약을 수정했다. 2025년까지 원전제로를 선언한 대만도 전력난 해소를 위해 원전 2기 재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원전 6기 가운데 5기를 세운 대만은 작년 여름 전체의 절반이 넘는 800만가구가 정전사태를 겪었다. 원전 없이는 안정적 전력 확보가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의 원전 비중은 30%대로 세계 평균(10%)보다 높다. 그래서 원전을 줄여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은 옳은 방향이다. 문제는 속도다. 대만처럼 급격한 에너지정책의 변화는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한국전력 등 공기업의 재무구조가 나빠지는 것도 문제다. 한전은 지난해 4·4분기 4년여 만에 적자에 이어 올 1·4분기도 1000억원대 적자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값싼 원전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등 비싼 전기를 쓰면서 비용이 급증해서다. 국제정세 불안으로 내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 실적은 더 나빠질 게 뻔하다. 결국 세금으로 메워주거나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

원전을 모두 세웠던 일본이 원전을 다시 가동하는 이유는 뻔하다. 전력수급 차질과 전기요금 인상으로 기업 경쟁력이 나빠지는 등 후폭풍이 커서다. 정부는 올해 20년 앞을 내다보는 3차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을 새로 짜야 한다.
에너지정책의 근간은 수급안정과 안전, 환경, 경제성 모두를 따져 최적의 조합을 찾는 일이다. 전력난을 겪는 북한 변수도 감안해야 한다.
정부는 탈원전에 너무 집착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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