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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LG 구본무 회장의 타계를 애도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0 16:33

수정 2018.05.20 16:33

한국 경제에 뚜렷한 발자취.. 대기업 4세 경영시대 개막
LG그룹 구본무 회장이 20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고인의 명복을 빈다. LG그룹 71년 역사에서 구본무 회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넓고 깊다. 그는 초대형 LG호를 20년 넘게 이끈 제3대 선장이었다. 배는 순항했고, 그룹은 글로벌 기업으로 컸다. 한마디로 고인은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였다.
그런 그가 일흔을 조금 넘긴 나이에 타계한 것이 못내 아쉽다.

구본무 회장은 한국 경제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지구촌 전자제품 시장에서 LG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디스플레이, TV, 냉장고, 세탁기는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2차전지의 가능성을 꿰뚫어본 혜안도 놀랍다. 구 회장은 1990년대부터 충전해서 쓰는 배터리의 미래를 봤고 투자를 이어갔다. LG화학이 적자를 낼 때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지금 LG화학은 2차전지 시장의 글로벌 리더로 우뚝 섰다. GM·포드·아우디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 30여곳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한다. 최근 서울 마곡동에 문을 연 LG사이언스파크는 고인의 마지막 작품이다.

구본무 회장은 한국 재벌사에도 업적을 남겼다. 그는 1995년에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그로부터 2년 뒤 외환위기가 터졌고, 한국 경제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 이때 고인은 순환출자로 뒤엉킨 기업지배구조를 뜯어고치는 일에 앞장섰다. LG는 주요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LG 아래 전자·화학·통신서비스 3개 부문으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경영 투명성은 단연 LG가 으뜸이다. GS·LS그룹 등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동업자 간, 친인척 간 잡음도 일절 들리지 않았다.

구본무 회장은 마지막 순간에도 한국 사회에 감동을 남겼다. LG그룹은 비공개로 조용한 가족장을 치르기로 했다. "나 때문에 번거로운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고인의 뜻을 따랐다고 한다. 지난 1998년 타계한 SK그룹 최종현 회장은 화장 유언을 남겨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구 회장의 소박한 장례 역시 신선한 충격이다. 잦은 구설로 여론의 질타를 받는 다른 재벌가 총수, 자제들과 대비된다.

이제 지휘봉은 고인의 장남인 구광모 LG전자 상무(40)에게 넘어간다. ㈜LG는 지난주 이사회를 열어 구 상무를 등기이사로 추천했다. 해당 안건은 다음달 2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구 상무는 지난 10여년간 경영 수업을 받았다. 한국 주요 재벌 가운데 4세 경영은 구 상무가 처음이다. 그만큼 어깨가 무겁다.
부친의 'LG웨이'를 계승, 발전시킬 책무가 있다. 또 회장 교체를 계기로 계열사 정비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분리 과정에서 LG 특유의 인화 전통을 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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