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막을 수 있었던 대북확성기 사업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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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지난 1일 대북 심리전용으로 사용하던 대북확성기를 철거했다. 역사적인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간 적대적 행위 금지에 합의한 이후다.

기자가 지난 2016년 4월 이후 2년 가까이 확성기 납품 과정의 비리 의혹을 제기해 왔던 터라 최전방에서 철거되는 모습을 보니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언론의 비리 의혹 제기에 대해 군 당국이 좀 더 세밀하게 대응했더라면 비리투성이라는 오명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대북확성기 사업은 당초 2016년 11월 말까지 고정형 24대와 기동형 16대를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국군심리전단은 납품 완료기간을 연장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했다. 특히 기동형 확성기는 뒤늦게 일부 성능평가 조건을 변경하는 등 납품업체의 편의 봐주기에 급급했다.

결국 군이 요구한 성능을 충족하지 못한 채 설치기한을 넘겨서야 2016년 12월께 국군심리전단에 인도됐다.

기자는 2016년 4월 대북확성기 사업 입찰공고상의 특정업체 특혜 의혹을 단독 제기했고 군 당국의 계약특수조건 위반, 성능미달 등도 꾸준히 지적했다.

무리한 사업 강행으로 군이 지탄을 받거나 국민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진중한 조언이었지만 군 당국은 이를 묵살했다.

심지어 취재 과정에서 대북확성기 사업관련 비리 의혹으로 구속된 한 간부는 기자에게 "무슨 확신으로 실패한다고 이야기하나. 계약조건을 일부 위반했지만 사업이 실패한다고 단정할 수 있느냐"며 되레 큰소리를 치곤 했다.

하지만 결국 감사원이 올해 초 '대북확성기 전력화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 사업 과정에 총체적인 비리가 있었다고 밝히면서 기자의 비리 의혹은 사실이었음이 확인됐다.

기동형 확성기 76억여원, 고정형 확성기 106억여원 규모의 사업이 비양심적인 업자와 예비역, 군 관계자들의 농간 아래 진행된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비리 의혹으로 증발한 국민혈세를 회수하느냐다.

하지만 국방부는 기자가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 그대로 여전히 소극적이다. 제발 실추된 군 당국의 체면과 지위가 또다시 나락으로 떨어지는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이라도 국민혈세 회수에 진정성 있게 나서길 바란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