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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비핵화]비핵화 첫발 '풍계리 폭파'.. 北, 한미 메시지 보고 결정하나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1 22:00

수정 2018.05.21 22:00

北 진정성 시험대 올라
리비아와는 다른 트럼프식 모델 언급에도 여전히 의심 못 버려
文대통령, 트럼프 만나 어느정도 중재하느냐에 北 다음 스텝 나아갈 듯
남측 취재단은 중국으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한국 취재진이 2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북한이 지정한 5개국 취재진의 집결지인 중국 베이징으로 가기 위한 수속을 밟으려 이동하고 있다. 우리 측은 이날 오전 9시에 평소와 같이 판문점 연락사무소 업무 개시통화를 하면서 남측 기자단 명단도 전달하려 했으나 북측 연락관 쪽에서 지침이 없었다며 접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남측 취재단은 중국으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한국 취재진이 2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북한이 지정한 5개국 취재진의 집결지인 중국 베이징으로 가기 위한 수속을 밟으려 이동하고 있다. 우리 측은 이날 오전 9시에 평소와 같이 판문점 연락사무소 업무 개시통화를 하면서 남측 기자단 명단도 전달하려 했으나 북측 연락관 쪽에서 지침이 없었다며 접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 베이징·서울=공동취재단 임광복 기자】 남측 취재단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23~25일) 참관을 위해 21일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했지만 북측은 우리측 취재단 명단 접수를 거부하며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9시 판문점 연락사무소 통화 개시와 함께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에 참석할 우리측 기자단 명단을 통보했지만 북측은 통지문을 접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 남북관계 경색국면 속에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의식은 향후 이어질 6.15민족공동행사와 8.15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신뢰조치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또 세기의 빅딜인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북한의 진정성을 엿볼 시험대로 부각되고 있다.

■풍계리 취재기자단 베이징 이동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취재할 우리측 기자단 8명은 이날 오전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베이징으로 이동해 방북을 타진했다.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기자단은 22일 오전 베이징에서 고려항공 전용기로 원산 갈마비행장으로 이동한다. 23~25일 철도편으로 원산에서 풍계리까지 이동, 취재한 후 원산기자센터로 복귀할 계획이다. 26일이나 27일 갈마비행장에서 베이징으로 이동해 아시아나항공편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이번 취재에 참가하는 미국 등 각국 기자단은 비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남측 기자단의 참여 여부가 관심사로 부각됐다.

북한은 외신에 사증 발급비로 1인당 1만달러(약 1082만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 기자단에는 이 같은 금액을 요구하지 않았다. 남측 기자단은 1인당 비자비용 11만원을 비롯해 항공.숙박.피폭검사 등 총 370여만원을 책정한 상태다.

북측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의식을 위한 전망대.도로 등의 준비는 하고 있어 향후 일정이 진행될 여지는 남겨져 있다.

이와 관련, 북측은 지난 16일 리선권 단장 명의 통지문으로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 연기하면서 연일 맥스선더 훈련, 탈북 여종업원 송환,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공사 국회 회견, 대북전단 살포 등을 거론하며 남측을 비난하고 있다.

풍계리에 관측대 설치?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19일(현지시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폭파 장면 관측을 위한 전망대 설치 등을 진행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위쪽은 지난 7일 촬영된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 위성사진으로 북쪽과 서쪽, 남쪽 갱도 주변에 있던 이동식 건물들이 철거된 모습이 포착됐다. 아래쪽은 지난 15일 촬영된 위성사진으로 서쪽 갱도 인근 언덕에 4줄에 걸쳐 목재더미가 쌓여있는 것 같은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풍계리에 관측대 설치?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19일(현지시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폭파 장면 관측을 위한 전망대 설치 등을 진행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위쪽은 지난 7일 촬영된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 위성사진으로 북쪽과 서쪽, 남쪽 갱도 주변에 있던 이동식 건물들이 철거된 모습이 포착됐다. 아래쪽은 지난 15일 촬영된 위성사진으로 서쪽 갱도 인근 언덕에 4줄에 걸쳐 목재더미가 쌓여있는 것 같은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서 북한 관련 메시지는

전문가들은 북측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 생화학무기 등을 거론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남측을 압박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백악관이 북한의 비핵화는 트럼프식 모델이라고 급한 불을 껐지만 북한의 의구심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중재외교에 나서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우려감을 달래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등으로 북.미 간 비핵화 조율은 의미 있게 진전됐는데 볼턴이 강경 발언을 내놓자 일종의 경고를 보내고 있다"며 "이번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다독여주는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북한도 스스로 약속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의식을 중단하기에는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4.27판문점선언 등으로 북측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는데 이번에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북측에 대한 불신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또 6.15남북공동행사, 8.15이산가족 상봉 등 줄줄이 이어지는 다음 스텝이 꼬일 경우 남북교류에도 부담이 된다.
실제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23~26일 평양에서 6.15민족공동위원회 남.북.해외 위원장회의 개최를 추진했지만 최근 경색국면에 이날 방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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