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맨유는 왜 뉴욕증시로 갔을까

지령 5000호 이벤트
세계 4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중국 샤오미의 기업공개(IPO)가 화제다. 샤오미는 이달 초 홍콩증권거래소에 IPO 신청서를 냈다. 홍콩을 택한 이유는 두가지다. 우선 홍콩거래소가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는 등 30년 만에 상장규정까지 고쳤기 때문이다. 2014년 홍콩은 같은 이유로 알리바바를 뉴욕증시에 뺏겼다. 차등의결권은 특정 주식에 많은 수의 의결권을 줘 대주주의 경영권을 공고히 한다. 그덕에 샤오미 창업자인 레이쥔 회장은 보유지분이 30%대 초반이지만 의결권 기준으로는 50%가 넘는다. 레이 회장은 "창업자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적극적인 규제완화도 한몫했다. 그동안 차등의결권 구조로 해외에 상장한 기업은 중국 상장이 막혔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이 규제를 풀었다. 샤오미·바이두·알리바바는 조만간 중국 증시에 교차상장한다. 중국 정부를 움직인 것은 여론이다. 4년 전 알리바바가 뉴욕에 상장할 당시 "돈은 중국에서 벌고, 성과(배당)는 해외투자자들과 나눈다"는 비판이 거셌기 때문이다.

이뿐이 아니다. 2012년 영국 명문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싱가포르에서 뉴욕증시로 방향을 튼 이유도 같은 이유다. 싱가포르는 올해 샤오미를 겨냥해 이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또 한 발 늦었다. 30년 전에 이 제도를 도입한 미국은 수많은 해외기업을 유치했다.

한국은 거꾸로다. 지난달 법무부가 꺼내든 상법 개정안은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 등 하나같이 경영진의 힘을 빼는 내용이다. 지난 2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혁신기업 IPO에 한해 긍정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힘이 실리지 않는다.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엘리엇 방지법'은 먼지만 쌓인다.

상장 유치는커녕 되레 기업을 내쫓을 판이다. 금융당국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코스피에 상장시키더니 이제 와서 분식회계라고 말을 바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국회에서 "삼성바이오 특례 상장은 국내 증시에 우량주를 상장시키려는 거래소의 노력이다. 해외 거래소도 다 그렇게 한다"고 말할 정도다.

외국계 대기업의 IPO를 유치하면 세수, 일자리 등 직간접 경제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각국 거래소가 사활을 거는 이유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자본은 수익 내기 어렵고 경영활동에 장애가 많은 곳은 얼씬도 않는다. 최근 4년간 한국 증시에 상장된 외국 기업은 고작 9개에 그친다. 한국 자본시장의 현주소다.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수십년 굳어진 지배구조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속도조절이나 경영권 방어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최근 미국계 투기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선안에 반대하자 현대차는 결국 일정을 늦췄다. 자사주 소각, 순이익 40~50% 배당 등 무리한 요구도 했다. 기업의 미래는 아랑곳하지 않고 단물만 빼먹겠다는 심산이다.
과거 SK와 KT&G를 공격했던 헤지펀드 소버린과 칼 아이칸도 그랬다. 2000여개 상장사들이 "투기펀드의 경영권 위협이 반복된다.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호소에 귀기울이길 바란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