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법정에 선 이명박, 직접 쓴 입장문 읽으며 혐의 부인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3 17:06

수정 2018.05.23 17:06

공소사실 조목조목 반박 "다스는 형님·처남이 세워 삼성 뇌물 혐의 모욕적"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23일 오후 서울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사진공동취재단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23일 오후 서울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법정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사면을 대가로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모욕적"이라는 격한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미리 써둔 입장문을 통해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직접 입장 밝힌 이명박 "무리한 기소"

이 전 대통령은 이번 재판에 대해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고 규정했다. 그는 "나는 오늘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운을 뗀 후 피고인석에 서서 직접 쓴 입장문을 담담히 읽어 내려가면서 첫 심경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조사 진술 거부하기도 했고, 기소 후에 재판도 거부하라는 주장이 많았다"며 "하지만 억울하더라도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그런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측근들의 검찰 참고인 진술조서 등을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한 점에 대해 "변호인은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되는 부분이 많으니 증거를 부동의하고 증인들을 재판에 불러들여 진의를 다퉈야한다'고 말했지만 증인 대부분은 전대미문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고자 저와 밤낮 없이 일했던 사람들"이라며 "함께 국정을 이끈 사람들과 다투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참담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의 만류에도 '나의 억울함을 객관적인 자료와 법리로 풀어달라'고 말했다"며 "재판부가 진술의 신빙성을 검토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 이해할 수 없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제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에 대해 "다스는 형님과 처남이 1985년 현대차 부품 국산화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만든 회사"라며 "친척이 관계회사를 차린다는 것이 염려돼 만류했지만, 당시 정주영 회장도 양해를 했다고 해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30여년 동안 회사가 성장하는 데 과정에서 소유나 경영을 둘러싼 어떤 다툼도 없었던 회사에 대해 국가가 개입하는 게 온당한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건희 회장의 사면 대가로 삼성으로부터 다스 소송비를 대납받았다는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충격이고 모욕"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 유치에 대해 세 번째 도전하기로 결정한 후 정치적 위험이 있었지만 국익을 위해 삼성 회장이 아닌 이건희 IOC 위원의 사면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또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위해 재임 중 경험을 전수하거나 봉사와 헌신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법정에서 피고인으로 있는 게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하다"며 "구체적인 사실에 관해서는 아는 바를 변호인에게 모두 말했고, 재판 과정에서 말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10여분간 입장을 밝히는 도중에 기침을 하는 등 건강이 안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날 검찰과 변호인은 각각 40분간 프레젠테이션(PPT)을 통해 향후 재판의 증거조사 방식 등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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