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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트럼프, 일괄타결 톤다운… "한꺼번에 이뤄지긴 불가능"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3 17:29

수정 2018.05.23 20:57

文대통령과 네번째 회담 "CVID 일괄타결이 맞지만 한번에 이뤄지긴 불가능"
트럼프, 유연한 태도로 전환 北에 경제지원 의지도 표명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한미 정상 단독회담을 한 후 부인 김정숙 여사와 이날 오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136주년과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개설 1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에서 방명록을 작성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한미 정상 단독회담을 한 후 부인 김정숙 여사와 이날 오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136주년과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개설 1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에서 방명록을 작성했다. 연합뉴스


【 워싱턴DC(미국)·서울=조은효 김은희 기자】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북·미 담판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미 정상이 북·미 정상회담의 차질 없는 진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특히 비핵화 이후 북한이 느낄 수 있는 체제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룬다면 밝은 미래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는 게 청와대측 설명이다.

■트럼프 "일괄타결 불가능할 수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네 번째 정상회담을 하고 한반도 비핵화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일괄타결(all-in-one)'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우리가 원하는 조건이 있고, 그런 조건이 충족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회담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며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북·미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종의 '배수의 진'이다.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에 대한 북·미 간 간극이 아직 좁혀지지 않은 모양새다.

그러나 북·미 회담에 대한 부정적 시그널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앞서 북한 측이 정상회담 재고려 카드를 꺼내든 것처럼 북·미가 막판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관점으로 '북·미 회담을 개최해야 한다, 아니다'에 대한 의견은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 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리도록 하자는 데 이견이 없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괄타결식 비핵화와 관련, "완전히 그렇게 해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 한꺼번에 이뤄진다는 것은 물리적 여건으로 봤을 때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밝힌 대목이 이를 방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짧은 시간에 딜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일괄타결의 어려움을 인정하며 단기간에 비핵화 이행을 부각하는 비교적 유연한 발언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정권의 안전보장과 함께 적극적인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는 점도 같은 차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체제와 관련, "보장하겠다"고 수차례 반복한 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조달러를 지원받아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협상이 북한에 '역사상 없는 가장 큰 기회'라고 했다. 북한이 비핵화할 경우 경제적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표현이다.

■25일이후 남북 대화재개 전망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로 미국 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북·미 회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한 문 대통령은 핵포기 이후 체제안전을 우려하는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 구체적 보장방안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시간으로 이틀 뒤인 25일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가 종료되면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남북대화가 재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성공,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미국 내 있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의 극적인 대화, 긍정적인 상황 변화를 이끌어냈다. 북·미 정상회담을 반드시 성공시켜 세계사의 대전환의 위업을 반드시 이뤄내시라"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功)을 돌리며 적극적인 역할을 유도하는 칭찬전략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난 다음 태도가 변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로 좋은 느낌이 아니다"라면서 시 주석을 향해 "세계 최고의 도박사" "포커 플레이어"라고 칭했다.


북·미 대화판에 끼어든 시 주석에 대한 반감이 향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남·북·미·중 4자 구도로 전개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까지 확대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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