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두머리 등을 고발하고 수사가 진행되거나 기소된 틈을 이용해 지휘 체계가 무너진 조직을 흡수하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실제 우두머리는 구속됐고 M파는 S파에 흡수됐다. J씨는 "요즘 조폭들은 사시미(연장) 등을 쓰지 않고 상대 조직 비리에 대해 고소·고발해 와해시킨 다음 나와바리(구역)를 흡수한다"며 "괜히 사시미 들고 싸우다가 형사처벌만 받는다"고 털어놨다.
■조폭들, 지방 조직 상대로 고발..지방 흡수하기도
과거 연장을 들고 패거리로 싸우던 조폭 싸움이 법의 힘을 빌린 고소·고발전으로 바뀌고 있다. 일부 조폭들이 상대 조직을 흡수하거나 자신들의 세를 불리기 위한 수단으로 일부러 상대 조직 윗선을 고소·고발하고 재판에 넘겨지면 상대 조직이 관리하는 룸살롱과 나이트클럽 등을 빼앗는 일이 빈번해진 것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지역 검찰청에 상대 조직을 고소·고발한 조폭 사건이 총 10여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같은 사건이 주로 경기 지역 검찰청에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지역의 칠성파·영도파·20세기파 등 유명 조폭이 아닌 경우 검찰도 어떤 중소 조직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수사망에서 자유로운 일부 중소 조폭들이 상대 조직을 고의로 고소·고발해 세력 확장을 시도한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게다가 조폭들은 구역 확장을 하면서 상대 조직으로 부터 빼앗은 룸살롱과 나이트클럽 등 관리권을 또다른 조직에 거액을 받고 넘기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조폭들이 자신들의 구역과 멀리 떨어져 있는 지방 조폭도 고소해 일망타진이 되면 지방 조폭이 관리하던 구역을 집어삼키거나 상대조직을 규합한다"며 "조폭들이 점점 지능화가 되고 있어 이에 걸맞는 수사기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검찰, 중소 조직 정보 파악에 '주력'
최근 검찰도 조폭의 고의성 고소·고발에 대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고발을 당한 조폭을 형사처벌하는 한편, 고소 등을 한 조폭이 상대 조직을 규합할 때 일망타진한 성공 사례도 있다.
또 검찰은 조폭들이 상대 조직을 와해시킬 목적으로 상대 조직의 정보를 검찰 강력부 수사관들에게 흘리는 것을 역으로 이용, 중소 조직들을 파악해 내사 및 감시하고 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여러 방법으로 중소 조직의 내부 상황을 파악하고 수사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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