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경협 국제화'의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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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제 최대 화두는 남북 경제협력으로 보인다. 물론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의 정상적인 개최와 '북한 비핵화'라는 합의된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 당연히 다른 입장도 있을 것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1년이 지났지만 악화일로인 고용상황, 신성장동력 문제 등 경제정책 실패를 화두로 꼽을 수도 있다.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은 한껏 고조돼 왔다. 대표적인 게 남북 경제협력.통일 관련비용 보도다. 금융위원회가 2014년 내놓은 북한 개발에 5000억달러, 인프라.산업 육성에 1750억달러가 들어간다는 보고서에서부터 국회예산정책처가 2015년 제시한 '통일비용 2316조원' 보고서도 많이 인용됐다. 비용관련 내용은 냉정히 놓고 보면 북한 개발관련 부담을 우리 국민들이 세금으로 상당 부분 부담할 수밖에 없어 세금 내는 사람 입장에서는 긍정적 소식은 아니다.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야 할 수도 있고, 세금을 올리는 방안도 당연히 들어가 있다. 증세뿐만 아니라 국채 발행도 최종적으론 국민 몫이다. 일부에서 비용과 관련해서 비우호적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경협에 대한 지지도는 높은 것으로 보인다. 경협의 성패 여부는 당장 판단하긴 어렵지만 이른 시일 내에 현실화되지 않더라도 심리개선 효과는 확실히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남북 경협비용, 나아가 북한 개발비용 문제는 역대 정권에서 줄곧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참여정부에서도 제시됐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정부와 국책연구기관들이 숱한 연구보고서를 준비해왔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북한 정권 붕괴론에 근거를 둔 것인지 아닌지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과거와 달리 북한 개발비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준비해야 한다. 최근 끝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할 정도로 순탄했던 북핵 해결 가도에 이상조짐이 있지만 이번 북핵 관련 국면은 과거와 다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또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이에 따른 통 큰 보상을 주고받는 일괄타결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북한이 빠른 비핵화 달성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면 북한이 정상국가로 국제경제망에 편입할 수 있도록 미국이 지원하는 '빅딜' 방식이다.

결국 문제는 북한에 투입할 돈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비핵화 합의라는 결과물을 낳으면 '비핵화 청구서'에 맞춰 북한에 대대적인 경제적 지원을 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일찌감치 돈 문제에서는 한발 물러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언급하면서도 "미국 납세자들이 부담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보상은 상당부분 한국 몫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찾아야 한다. 경협의 국제화다. 미국의 용인이 필요한 국제통화기금(IMF) 가입은 차치하고 대북지원을 위해 일본, 유럽연합(EU) 등을 참여시킨 글로벌 기금 설치도 필요하다. 민간투자의 물꼬도 터야 한다. 다만 전제는 명확하다. 비핵화 합의가 투명하고 과거처럼 불완전해서는 안 된다.
우리 정부도 뚜렷한 성과 없이 경협에 먼저 나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국민들도 자신의 호주머니를 열 것이다. 국제기구와 글로벌 민간투자자금도 적극 나설 것이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