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북방물류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4 17:13

수정 2018.05.24 17:13

[특별기고] 북방물류에 대한 오해와 진실

남북 정상이 철도 및 도로 연결에 합의했으니 이참에 바닷길과 하늘길도 열자는 제안도 도처에서 분출되고 있다. 북방물류의 핵심과제 중 하나는 한반도 통합 교통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유라시아 대륙과 연계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 내부에는 북방물류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함께 그에 대한 적잖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첫째, 국제물류에서 철도는 해운을 대체할 수 없고 그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존재한다.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이용한 아시아와 유럽 간 컨테이너 운송이 고작 전체의 3~4%에 불과한 현실에서 조만간 철도가 해운을 대체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대륙철도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해야 한다.
아직은 해운을 대체할 '경쟁수단'이 아니라 '보완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적으로 바닷길에만 의존하고 있는 사실상의 '섬'나라인 우리에게 육상의 국제운송회랑을 확보함으로써 해륙복합국가의 정체성을 회복한다는 것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안보적 측면에서도 다양한 대안루트를 확보할 필요가 있고, 더불어 육상의 접경성 회복을 통해 북방시장과 지리적 근접성을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철도궤간의 차이 때문에 대륙철도 연결에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남북한 및 중국은 표준궤, 러시아.몽골.중앙아시아는 광궤이니 남북을 관통하는 철도가 연결되더라도 유럽까지 연결되는 데는 궤간 차이의 극복 문제가 남게 된다. 그러나 우려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 시간과 비용 측면의 불만이 제기될 수는 있겠지만 접경역에서 대차 및 환적으로 극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상 대륙철도 이용에서 제기되는 수많은 문제들은 국경 통과의 법적.제도적.조직적 한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따라서 자동궤간변환장치 개발로 물리적 장벽만 극복하면 만사형통이라는 협애한 기술결정론적 접근도 문제이지만, 마치 궤간의 차이가 근본적 장애요인인 양 문제의 본질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목표는 접경역 설비 현대화, 통관제도의 일체화.단순화 등에 모아져야 한다. 반가운 것이라면 대륙철도 주요국들이 '자신의 속도로' 이를 개선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남북관계 개선으로 곧 남북 해운협력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여타 사회주의권의 체제이행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도로 인프라 확충에 대한 압박은 북한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러시아 등에서도 과거 주요 물동량은 중량 벌크화물이라 장거리 철도운송이 주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시장경제화가 진행됨에 따라 고부가가치 상품의 이동성이 증가하고, 도시 간 근거리 경제교류가 활성화되면서 트러킹 수요가 증폭됐고, 그에 따라 도로인프라 확충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증대됐다. 올 3월 제8차 북·러 경제협력위원회 회의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두만강 자동차도로 건설 문제를 논의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4·27 판문점선언으로 북방물류도 전환점을 맞고 있다. 북방물류는 '흘러간 옛노래'가 아니다.
통념과 관성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새롭게 북방물류지도를 완성할 수 있다. 명확한 것은 북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북방으로 가는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과 불화함으로써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했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우리에게 남긴 값진 교훈이다.

성원용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민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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