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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레저]자연과 벗이 됐어요, 그 마음을 담아 다시 노래를 합니다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4 17:15

수정 2018.05.24 17:15

울릉도에서 제2의 인생 사는 가수 이장희
[yes+ 레저]자연과 벗이 됐어요, 그 마음을 담아 다시 노래를 합니다


"여러분 울릉도에 잘 오셨어요. 웰컴 투 울릉도!"

1970년대 1세대 싱어송라이터, 시대를 풍미한 가수 이장희(71). 그는 지난 15일 울릉도를 찾은 기자들을 보자 "먼길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벌써 세번째 공연인데 공연 전에는 준비해야 할 게 여전히 많아요. 근데 정말 무엇보다 45년간 함께했던 친구들과 다시 무대에 서니까 너무 좋았습니다."

'그건 너', '한 잔의 추억',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 한국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이장희는 이제 울릉도에 거주하며 울릉도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1996년 여름 우연히 찾은 울릉도가 이제는 삶의 터전이 된 것이다.

"저는 늘 자연을 좋아해서 적잖이 여행을 다녔습니다. 남극도 가봤고 타히티, 잉카도 30~40년 전에 이미 다 가봤죠. 야생 그대로의 자연이 좋아서 인생의 마지막엔 알래스카에서 보내려고 마음을 먹었었어요. 그러던 중 누군가 제게 울릉도에 가봤냐고 물었습니다.
한번 가보라 한데다 마침 시간이 있어서 열흘간 울릉도 이곳저곳을 다니며 그 아름다움에 반한겁니다."

산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 좋아 무작정 정착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당시 변변찮은 부동산도 없어 농협 직원의 도움을 받아 평리의 송곳봉과 석봉(그는 장군봉이라 불렀다) 사이의 더덕밭 터와 100년 된 집을 샀다.

이장희(가운데)와 그의 친구들이 함께하는 울릉천국 아트센터 공연은 오는 9월까지 계속된다.
이장희(가운데)와 그의 친구들이 함께하는 울릉천국 아트센터 공연은 오는 9월까지 계속된다.


"사실 지난 40여년간 음악을 잊고 살았었지요."

포크음악 가수로 전성기를 구가하며 라디오 DJ와 프로듀서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청년 이장희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어느날 홀연히 미국으로 떠났다. "어느날 제게 다른 길을 가라고 하는 것 같아서 선뜻 받아들였습니다. 저는 무엇을 하든 하나에 올인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미국 가서 우연하게 있다가 식당 겸 클럽을 하고 교포사회에서 라디오 방송을 했다가 은퇴 했다가 자연이 좋아서 그래서 울릉도에 가게 된거죠."

예술가로서, 사업가로서 모든 성공을 맛본 그는 그저 인생의 마지막을 자연과 벗하며 살고 싶었다. 울릉도에 들어와 초반엔 농사도 지어봤지만 영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미국에서 지내던 시절 들판의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던 것이 기억나 야생화 씨를 사다 흩뿌리고 '울릉천국'이라는 이름을 붙여 정원으로 가꾸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지역 명소가 됐다. 지역 어린이들에게 방과 후 기타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다양한 재능 기부를 해오며 살던 중 4년 전 당시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만나면서 놓았던 기타를 다시 잡게 됐다.

"김 지사가 그 이듬해에 제게 이곳에 공연장을 짓고 싶으니 땅을 팔라고 했어요. 마음이 이상하더군요. 결국 땅을 희사하기로 결정했죠." 극장이 세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솟기 시작한 그는 청년시절을 함께 했던 죽마고우 둘과 함께 1년 반 동안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음악을 다시, 그것도 친구들과 같이 하니까 참 좋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흔살이 돼서야 음악에 대한 남다른 감회를 느꼈달까요. 울릉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하고 싶어졌습니다."

자유와 자연을 갈망한 이장희는 울릉도에서 제2의 가수 인생을 시작했다.
지금 한없이 기쁘고 감사하기만 하다는 그는 "부디 울릉천국에 많은 분들이 찾아와 함께 자연과 음악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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