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yes+ Culture]완벽한 연주의 그녀, 뮬로바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4 17:19

수정 2018.05.24 17:20

자유로운 연주 찾아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도 놔둔채 미국으로 망명
깨끗하고 날카로운 연주에 꼿꼿한 자세로 ‘얼음여왕’이라 불리던 그녀
최근 연주 스타일에 한결 여유 있어져.. "점점 제가 원하는 것을 찾고 있어요"
내달 8일 멘델스존 협주곡으로 내한 공연
[yes+ Culture]완벽한 연주의 그녀, 뮬로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그 자체의 기쁨을 비교적 늦게 깨달았어요. 이제야 점점 제가 원하는 것을 따라가고 있죠." 완벽에 가까운 선율을 들려주는 '바이올린의 여제' 빅토리아 뮬로바(59.사진)가 제네바 카메라타의 손을 잡고 내한한다. 러시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뮬로바의 명성은 1980년대 러시아학파의 완전무결한 테크닉과 우아한 사운드를 바탕으로 피어났다. 지휘자 데이빗 그렐자메르가 이끄는 제네바 카메라타는 첫 내한, 빅토리아 뮬로바는 7번째 내한이다.

뮬로바는 파이낸셜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관객들을 다시 만나는 것이 기대된다. 아시아 쪽으로 투어를 하면서 한국도 함께 방문했었다. 그러나 타이트한 스케줄 때문에 공연 외 한국의 다른 면을 많이 접해보지는 못했다.
시간이 좀 더 나서 둘러볼 틈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뮬로바의 명성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스크바 음악원과 모스크바 예술학교에서 바이올린 공부를 마친 뮬로바는 1980년 헬싱키에서 열린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1982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의 연주는 '투명하다'고 표현될 만큼 깨끗하고 날카롭다. 그만큼 완벽에 가까운 기교를 보여준다는 의미다. 여기에 꼿꼿한 자세의 그는 '얼음여왕'으로 관객들에게 각인됐다. 완벽한 그의 연주는 당연하겠지만 죽도록 연습에 매달린 결과다. 그는 "어릴적 러시아에서 연습을 할 때에는 폐쇄적인 공간과 분위기에서 오직 연습, 연습만 생각했다. 친구나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그래선지 아주 옛날에는 연주를 좋아하지 않았다. 어릴 땐 부모님에 의해 억지로 바이올린을 시작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사실 빅토리아 뮬로바는 음악가로서의 명성 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삶으로 유명하다. 시벨리우스 콩쿠르와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주목을 받은 그는 이듬해 스웨덴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한다. 미국 대사관의 도움으로 워싱턴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까지의 과정은 첩보영화를 능가할 정도로 긴박했다. 러시아 국가보안위원회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고가의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그대로 놔둔 채 호텔방을 빠져나온 일화는 당시 전세계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자유롭게 음악을 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이제 만족됐을까. 망명 후 지금까지 뮬로바는 바로크, 팝, 브라질리언, 재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보여주며 그 누구보다 열린 음악적 열정을 즐기고 있다. '연주 스타일에 한결 여유가 느껴진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그래서다. '무대에서 연주자가 행복해야 관객도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은 후부터다.

그러나 연주 스타일이 바뀌어도 우아한 사운드는 여전하다. 음악에 깊게 빠져드는 고도의 집중력과 빠른 속도에서 빛나는 정교한 컨트롤도 변치 않았다. 뮬로바는 최근의 변화에 대해 "아시다시피 자유를 찾아 러시아를 떠나고, 점점 제가 원하는 것을 따라가고 있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뮬로바는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바이올린 협주곡 중 하나인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1990년 지휘자 겸 바이올리니스트 네빌 마리너, 실내 관현악단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와 녹음한 음반은 지금까지도 명반으로 꼽힌다. 뮬로바는 "이번 콘서트의 프로그램은 아주 독창적이다. 음악에 있어서 테크닉이 유일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느린 악장의 표현도 중요하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아주 아름답고 우아한 곡이다"고 소개했다.


이번 공연을 함께하는 제네바 카메라타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지휘자 데이빗 그렐자메르가 이끄는 제네바 카메라타는 최근 몇 년간 함께해온 놀라운 체임버 오케스트라다.
이들과 함께라서 더 놀라운 연주를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공연은 오는 6월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