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희대의 미스터리 MH 370, 영구 미제로 인도양에 잠들다

지령 5000호 이벤트
지난 2016년 3월 8일 말레이시아 셀랑고르주 샤알람에서 한 시민이 말레이시아 항공 MH 370편을 추모하는 벽화 옆을 지나고 있다.AFP연합뉴스


오는 29일은 인도양에서 사라진 말레이시아 항공 MH 370편이 하늘로 떠오른 지 1543일이 되는 날이다. 말레이시아 당국을 비롯한 수색 관련국들은 이날로 지난 4년여 간 지속된 수색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세계 항공 역사상 최대의 미스터리로 기록된 MH 370 실종 사건은 이대로 영구 미제로 남게 된 것이다.

실종 초기에는 아무도 사건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보잉 777-200ER기종의 사고기는 2014년 3월 8일 0시 41분에 승객과 승무원 239명을 태우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이륙했다. 해당 기체는 이날 오전 1시 22분 마지막 교신 지점까지만 하더라도 원래 목적기인 중국 베이징을 향해 북동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레이더 분석에 따르면 사고기는 이후 갑자기 기수를 서쪽으로 꺾어 인도양쪽으로 날기 시작했고 이후 말레이 페낭 인근에서 다시 한 번 기수를 꺾었다. 사고기는 오전 2시 22분에 태국 서쪽, 인도양 니코바르 군도 인근에서 마지막으로 포착된 뒤 실종 됐다. 주변 항공 관제당국은 이 사이 어떠한 구조신호도 받지 못했다. 말레이 당국은 같은달 24일 인공위성에 찍힌 사고기 잔해 사진을 분석해 해당 기체가 인도양 남부에 추락했다고 발표했다.

말레이와 추락 지점 인접국인 호주, 사고기 탑승객 중 자국민이 가장 많은 중국(153명)은 그렇게 3년간의 기나긴 수색작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항공 사고 사상 최대 규모인 1억5000만달러(약 1616억원)를 들여 호주 서쪽 인도양 12만㎢를 뒤졌으나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당시 한국 정부도 해군 정찰기를 보내 수색을 돕기도 했다. 수색기간 동안 인도양 서쪽편인 프랑스령 레위니옹 섬과 아프리카 탄자니아, 모리셔스에서 2015~2016년에 걸쳐 사고기의 파편이 발견됐으나 블랙박스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수색 당국은 지난해 1월 수색을 중단했지만 말레이는 기존 수색지역 밖에 수상한 부유물이 발견되자 올해 1월부터 다시 미국 민영 탐사업체인 오션인피니티를 고용해 수색을 재개했다. 그러나 말레이 정부는 23일 발표에서 오션인피니티와 계약을 29일부로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달 총선에서 승리한 말레이 신정부는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65%에 달하는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다. 추모비 건설을 거부하며 애타가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지난해부터 수색작업을 위한 모금에 나섰지만 모금만으로 진행하기에는 수색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사고기는 시신과 더불어 사고 원인도 남기지 않았다. 실종 초기에는 탑승객 중에 위조여권 소지자가 발견되어 테러 의혹이 일었으나 해당 인물은 독일 망명을 노리는 이란 청년으로 확인됐다. 호주 당국은 2016년 발표에서 레위니옹 섬의 잔해 조사 결과 당시 사고기가 충돌 직전까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호주 방송인 채널9는 이달 13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MH 370의 기장이었던 자하리 아흐마드 샤가 '자살비행'을 했다며 그가 자살 직전에 고향인 페낭을 보기 위해 기수를 꺾었다고 주장했다.

물론 4년여 간의 수색이 완전한 헛수고는 아니었다. 호주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과 함께 먼 바다위의 항공기를 추적하는 새로운 추적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시험하기로 했다. 해당 시스템은 항공기를 기존 30~40분이 아닌 15분 간격으로 추적하는 체계로 MH 370의 사례에서 비롯된 것이다. 같은 해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도 추락시 기체에서 자동 분리되는 블랙박스를 항공기에 의무적으로 장착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민·관 수색단은 비록 MH 370을 찾지는 못했지만 수색 과정에서 인도양 해저산맥을 비롯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해저 지형에 대한 고해상도 사진 및 지형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호주 수색단은 2015년에 5월에 인도양 남부에서 이제껏 보고된 적이 없는 19세기 난파선을 발견했으며 민간 수색단은 지난 2월에 '보물상자'로 불리는 인공 구조물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MH 370의 동체와 시신, 블랙박스는 찾지 못했다. 현재 주변국들이 추가로 대대적인 예산을 들이지 않는 이상 MH 370 실종 사건은 희대의 미스터리로 남을 전망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