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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북미 회담 재개, 北 진정성에 달렸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5 16:37

수정 2018.05.25 16:3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하기로 했던 미.북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계관.최선희 두 북측 외무성 부상이 드러낸 '엄청난 분노와 적대감'을 회담 취소 이유로 들었다. 이는 표면적 사유일 뿐 그 근저엔 양측 간 뿌리 깊은 불신이 깔려 있을 법하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근본요인인 북핵 문제의 극적 타결을 기대했던 문재인정부의 중재역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트럼프의 초강수는 최선희 부상이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며 미국 측을 자극한 게 도화선이 된 느낌이다.
그는 최근 완전한 비핵화(CVID) 불응 시 북한이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아둔한 얼뜨기"라고까지 비난했다. 하지만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발파버튼을 누른 직후 회담 철회 발표가 나왔다는 점이 더 주목된다. 보여주기 행사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측의 비핵화 실천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는 방증이어서다. 북측이 그 빌미를 준 측면도 있다. 김정은은 두 차례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정작 구체안을 협의하기 위한 싱가포르 실무회의장엔 북 대표단이 나타나지도 않으면서다.

문재인정부가 어렵사리 물꼬를 튼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여정은 이어져야 한다. 북.미 회담 가능성이 99%라고 했던 청와대로선 작금의 사태가 당혹스러울 게다. 하지만 북한이 핵폐기 시늉만 한 채 제한적 개방을 선택한다면 그런 상태에서 남북 공존이 평화로울 리는 만무하다. 정부는 4.27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통일이 눈앞인 양 여기는 착시에서 벗어나 북핵이란 평화의 걸림돌을 먼저 제거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마음이 바뀌면 전화나 편지를 달라"며 일말의 회담 재개 여지를 남긴 건 다행이다. 북측 김계관 부상이 뒤늦게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손짓한 것도 마찬가지다.
다만 북측은 핵실험장 폭파행사 이후 이를 "핵군축을 위한 과정"이라고 규정했다. 그렇다면 애초에 핵폐기가 아니라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한 채 미국과 핵군축 협상을 벌일 요량이었다는 얘기다.
북한은 그런 꼼수 대신 비핵화의 진정성부터 보여줄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체제 안전보장과 경제지원을 받는,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음을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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