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금융시장에 다시 '한반도 훈풍' 불어오길


다음달로 예정됐던 미국과 북한의 만남이 불발됐다. 미국이 24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 무산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런 발표가 협상을 위한 당연한 수순이라는 관측도 있고, 뜻밖의 일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확실한 것은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되면서 봄날처럼 따뜻했던 한반도와 그 주변의 분위기가 더 이상 따뜻하지만은 아닌 분위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자. 보통 이런 뜻밖의 상황이 닥치면 국내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은 요동치기 일쑤였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면 외국인의 민감도가 더 커지고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이 그동안의 패턴이었다. 주가가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상승하는 그런 패턴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가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인 CDS 프리미엄도 급상승하곤 했다.

신기하게도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한반도가 평화로 가는 하나의 과정이었던 북·미 정상회담. 그 회담이 무산됐지만 국내 금융시장은 전체적으로 의의로 잠잠했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32%포인트(7.97) 떨어지는 데 그쳤고 원·달러 환율도 소폭 상승하기는 했지만 변동폭은 크지 않았다. CDS 프리미엄 상승세도 미미한 수준이었다. 북·미 회담 무산에도 국내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은 의외로 단단한 모습을 보였다.

당국에서도 북·미 정상회담 무산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당국은 북·미 정상회담 무산 소식이 전해진 이날 금융시장 모니터링 강도를 격상하고, 앞으로도 북·미 협상 추이를 지켜보며 시장을 면밀하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북·미 관계를 그 누구도 섣불리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점을 잘 지켜보겠다는 설명이다.

물론 과거에도 북한과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적이었고 제한적이어서 섣불리 북·미 정상회담 무산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이는 외환당국과 금융당국은 미·북의 만남이 취소된 상황에서 이것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것이다.

물론 당국도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했을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무산 후 금융당국 관계자가 "국내 증시나 외환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 등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허언이 아니길 바란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 경제와 외환시장, 금융시장의 기초체력이 단단해져 북·미 정상회담 무산이라는 외부충격에 크게 요동치지 않은 것이기를 바란다. 또 무산된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성사돼 국내 금융시장과 환율시장에 긍정적 재료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금융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