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무산]

"대화의 문 열려있다"… 북·미 중재 최대위기 맞은 文대통령

북·미 정상회담 전격취소, 한반도 비핵화 다시 안갯속으로
美서 돌아온지 하루도 안돼 트럼프 전격 취소 통보
외교라인 충격속 NSC 개최 "북미 직접소통 필요" 결론
정상간 핫라인 연결하고 주변국 中·日 활용하는 등
세밀한 중재외교로 돌파구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용 세계은행 총재를 만나 얘기를 나누던 중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 중재외교는 지속되는가. 여기서 멈추는 것인가.


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워싱턴까지 날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22일 현지시간)을 하고 귀국한 지 채 24시간도 안 되는 시점에 나온 북.미 정상회담 취소 통보였다. 게다가 미국 측이 사전에 우리 측에 북.미 정상회담 취소 사실을 통보해줬다고는 하나 백악관 발표 시점과 거의 동시에 이뤄졌다.

청와대 대미외교라인으로선 뼈아픈 실책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상 후퇴이든, 승부수이든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는 고비를 맞이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25일 청와대는 간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북.미 정상회담 취소 결정으로 인해 상당한 충격을 받았으나 다시 전열을 가다듬는 분위기다. 청와대 내부 분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6·12 북.미 정상회담 취소 결정이 현재로선 완전히 판을 깨겠다는 것이 아닌 만큼 "한번 해볼 만하다"며 "북.미 대화의 불씨를 살려나가겠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선 '북.미 정상 간 직접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이를 위해 필요한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판문점 선언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상임위원(외교안보라인)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날 새벽 "지금의 소통방식으로는 민감하고 어려운 외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정상 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고 한 문 대통령 입장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북·미 정상 간 직접 소통 중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북.대미 특사 파견 및 남북 간 비공식 접촉 △남북 정상 간, 한.미 정상 간 핫라인 통화 △중.일.러 등 중재그룹 확대 등이 그 방안으로 거론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재 여러가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난관에 봉착한 중재외교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는 핫라인을 연결하고, 미국엔 대미특사 파견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아가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목소리를 담아 곤경에 빠진 중재외교의 불씨를 살려나가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다만 분명한 건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를 기점으로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는 지금까지와 다른 난코스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미 간 인식차가 심했다는 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한 것은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동맹국 정상에 대한 최소한의 신의까지 저버린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주의'와 '변칙적 외교'에 대한 대응문제, 문 대통령 중재외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 노출 등은 우리로선 전략 수정을 요하는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된 문 대통령과의 단독 정상회담에 앞서 "북.미 정상회담을 안할 수도 있다"는 작심 발언을 미국 언론에 공개하며 예정보다 길게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는 데 시간을 할애하는 바람에 문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21분 만에 끝내버렸다.

문 대통령은 핵포기에 대한 체제보장 문제를 우려하는 북한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작정이었다.
당초 통역 외에 배석자 없이 두 정상 간 대화시간으로 내밀한 대화가 오갈 것이며, 이번 정상회담의 백미가 될 것이라는 게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판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례한 변화구에 보기좋게 빗나갔다.

회담시간이 길면 길수록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 성과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회담 성공에 대한 공(功)이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당시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내 역할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중재를 하는 그런 입장이라기보다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서, 또 그것이 한반도와 대한민국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국과 함께 긴밀하게 공조하고 협력하는 관계"라고 설명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현희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