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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럼프, 中 ZTE 제재 풀기로 합의...美 여야 모두 반발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6 14:35

수정 2018.05.26 14:35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ZTE 사옥.AP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ZTE 사옥.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미 정부의 제재로 고사상태에 빠진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를 살리기로 결정하고 이를 미 의회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중국과 무역협상을 위한 양보로 추정되나 미 정가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반발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이하 현지시간) 관계자를 인용해 ZTE가 트럼프 정부에 상당한 규모의 벌금을 내고 준법경영을 위한 미국인 인사를 채용하는 동시에, 현재 경영진을 교체하는 자체 개선안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미 상무부는 대가로 앞서 미 정부가 ZTE에 내린 제재를 푸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신문은 트럼프 정부가 이번 합의안을 의회에 전달했고 조만간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달 16일 ZTE에 대해 대북 및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향후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제재를 단행했다.
ZTE는 이전에도 2012년 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미국 기업들로부터 구매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이란 전기통신사업자인 TIC에 공급해 미국의 대 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ZTE는 지난해 11억8000만달러의 벌금과 고위 임원 4명 해고 및 35명에 대한 상여금 삭감 혹은 견책 등의 징계를 하기로 상무부와 합의했다.

트럼프 정부는 그러나 ZTE가 다른 35명에 대해 징계조치를 취하지 않자 추가 제재에 들어갔다. 중국의 대표적 통신장비업체이자 미국 내에서 스마트폰 판매 4위를 기록하고 있는 ZTE는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반도체와 통신장비의 주요 구성품 등 상당수 부품을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24일 미 경제전문방송 CNBC에 출연해 ZTE 문제에 대해 "아직 최종 결론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그들(ZTE)에 징벌적이면서도 행동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대안이 있을 수 있다"면서 합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22일 ZTE 문제에 대해 "아직 중국과 합의에 이른 게 아니다"라면서도 "내가 구상하는 것은 10억달러 이상의 매우 많은 벌금이다. 아마도 13억 달러(약 1조4027억원)가 될 수 있다"면서 "새로운 경영진, 새로운 이사회, 매우 엄격한 보안 규정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면서 합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 측은 자국의 대표기업이 문을 닫을 위기에 몰리자 발 빠르게 움직였다. 중국 대표단은 지난 17~18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중 제2차 무역협상에서 ZTE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협상 결과물인 공동성명에서 중국은 미국의 상품·서비스 구매를 상당 폭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정가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트럼프 정부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CNBC에 따르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뉴욕주)는 성명을 내고 이번 합의는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하는 행위이며 미국 경제와 안보를 보호하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의회의 양당은 힘을 합쳐 이번 합의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캘리포니아주)도 이번 결정이 "미국민에 대한 충격적인 배신"이라며 "미국민들은 개인적 성취를 위해 국민과 국가안보를 팔아먹는 대통령보다 더 나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주)도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트위터를 통해 "ZTE와 중국에게 대단한 합의"라며 "중국은 미국 기업들을 무자비하게 깔아뭉개고 ZTE 같은 통신 기업들을 이용해 미국을 염탐하고 기술을 훔쳐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는 다르길 기대했다.
이제 의회가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고 썼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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