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혁신성장의 성패 가를 산업보안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7 16:56

수정 2018.05.27 16:56

[특별기고] 혁신성장의 성패 가를 산업보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는 국가안보와 국민안전, 경제안보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경제안보 차원의 산업기술 유출이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표방한 대한민국 혁신성장도 산업보안의 성패에 좌우될 수 있다. 국가 핵심기술과 기업의 핵심기술을 보호하는 '자물쇠'인 산업보안이 확실해야 '엔진'인 혁신성장이 속력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연구개발을 해봐야 해외에 기술이 빠져나가면 밑빠진 독에 물 붓기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고도 경제성장기를 거쳐 선진국 문턱에 오는 과정에서 해외의 기술을 모방해온 게 사실이다.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지 않고서는 경제성장이 어려웠을 것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모방에서 독자 기술개발을 하는 국가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도 지켜야 할 기술이 많아졌다.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들은 우리 기술을 빼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당초 해외 국가들의 기술유출은 단순한 인력 스카우트나 기술자료 해킹 정도에 머물렀다. 그러나 기술유출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결국 기술유출 수법은 합법을 가장한 기업 인수합병(M&A)에까지 이르렀다. 과거 중국 비오이가 하이닉스의 디스플레이사업을 인수한 것이나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두 사례는 모두 중국 기업이 기술력만 빼가는 일명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 이뿐 아니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우리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방법으로 기술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중국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도 핵심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술유출 문제는 세계 최강 미국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미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최근 연이어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에 빗장을 걸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미국 반도체회사 퀄컴을 싱가포르의 브로드컴이 인수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또한 중국의 온라인 유통업체 알리바바가 관계사인 앤트파이낸셜을 통해 미국 송금회사 머니그램을 인수하려 했던 것을 불허한 일도 있다. 이에 앞서 중국 컨소시엄은 30억달러에 네덜란드 필립스 조명사업부의 미국 현지 계열사인 루미레즈를 M&A하려다 미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처럼 미국이 중국의 M&A 행보에 제동을 거는 속내는 간단하다. M&A는 합법적 방법으로 손쉽게 해외 기업을 인수해 핵심 인력과 기술을 통째로 확보할 수 있어서다. 당하는 M&A를 통해 기술을 뺏기는 국가나 기업은 눈 뜨고도 대응할 수단이 별로 없어 발만 동동 구를 뿐이다.

이런 이유에서 올해로 창립 10년을 맞은 한국산업보안연구학회는 지난 5월 18일 서울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에서 '대한민국 혁신성장과 산업보안'이라는 주제로 '2018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산업보안·정보보안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대거 참석해 'M&A를 통한 기술유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M&A를 통한 기술유출의 위험성과 대응책 마련의 시급성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물론 국가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해외자본의 국내 진출은 반가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해외자본이 핵심기술을 유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들어오는 것이라면 위험한 일이다.
해외자본 유치와 산업보안이라는 '동전의 양면'을 두루 살펴야 한다. 부존자원이 열악해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핵심기술을 M&A로 통째로 뺏길 경우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해외자본을 조금 유치하려다가 국가의 미래인 핵심기술을 뺏긴다면 돌이킬 수 없는 국가적 손실이라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박준석 한국산업보안연구학회장·용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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