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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소득주도성장의 역설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7 16:56

수정 2018.05.27 16:56

경제가 좋아지기 위한 조건 중 하나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어야 한다. 그런데 지갑은 얄팍하다. 지갑에 돈이 있어도 쓰지 않는 알뜰파들도 있지만, 그래도 열어야 할 때가 되면 조금이라도 쓴다.

어떤 정부든 국민들의 지갑을 채워주기 위해 노력한다. 정책은 일자리와 소득증대로 귀결된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내건 핵심 경제정책은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일자리창출로 지갑을 채워줘, 쓸 수 있는 돈을 늘려주겠다는 구상이다. 뜻대로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통계청이 지난주 발표한 올 1·4분기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반대로 가고 있다. 빈곤층은 더 지갑이 얄팍해지고 그렇지 않아도 지갑이 두둑한 부자들은 더 빵빵해졌다. 소득 최하위계층인 1분위(하위 20%)의 1·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128만6000원. 바로 위인 2분위(하위 20~40%)는 272만2000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8%, 4% 감소했다.

특히 1분위 가구의 감소폭은 역대 최대다. 반면 고소득 계층인 5분위(상위 20%)의 월별소득은 지난해에 비해 9.3%나 증가해 1000만원(1015만1000원)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계층 간 가계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소득5분위배율도 지난해 5.35배보다 높은 5.95배로 나타났다.

정부는 '일자리 상황판'까지 만들어 일자리 늘리기에 올인하고 있는데도 청년실업률은 한자릿수에서 두자릿수가 되는 등 고용사정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계층 간 소득격차가 더 벌어지는 이 같은 상황의 원인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꼽고 있다. 역설적으로 최저임금을 올리니 일자리가 줄어들고 근로시간이 줄면서 가계소득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주로 경제적 약자들인 미취업 청년층과 빈곤층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워라밸을 꿈꾸는 청년들과 저소득층의 희망이 꺾여서는 안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궤도를 수정하는 용기가 필요해 보인다.

cha1046@fnnews.com 차석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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