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상장 앞둔 현대오일뱅크의 한숨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7 17:12

수정 2018.05.27 17:12

국제유가 꾸준히 오르며 1분기 실적부진 주 원인
IMO 환경 규제도 걸림돌
연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올 10월 국내 증시 상장을 앞둔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 책정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정유업체의 실적 가늠자로 여겨지는 '정제 마진'이 적어져 오히려 이 회사 실적엔 불리하다는 설명이다.

27일 오피넷에 따르면 올해 초 배럴당 64.37달러에 거래를 시작한 두바이유는 지난 4월 19일 3년 반만에 처음으로 70달러 대를 돌파한 이후 23일 76.65달러까지 상승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사이에선 올 연말까지 국제유가가 배럴당 90~100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제유가↑ 정제마진↓…"공모가 타격 불가피"

이 탓에 올 하반기 코스피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가 제 값을 받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통상 정유사들은 원유를 사들여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판다.
원유값이 오르면 제품가격을 올리지 않는 이상 정제 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국제유가 상승은 올해 1·4분기 국내 정유업계 실적부진의 주요인이었다. SK이노베이션이 석유사업 영업이익으로 전분기 대비 36.1% 급감한 3250억원을 기록했고,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각각 70.5%, 66.0% 감소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23.4% 감소한 232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4분기 정제 마진이 배럴당 평균 7.0달러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가격이 올 1·4분기보다 낮았던 지난해 3·4분기와 4·4분기 정제마진은 각각 8.3달러, 7.2달러였다. 만약 현재 추세대로 국제유가가 계속 치솟을 경우 정제 마진은 7.0달러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

증권가에서도 공모가 저평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세는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IPO)엔 부정적 이슈"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IB관계자도 "국제유가 상승으로 불확실성의 확대가 불안심리로 이어질 수 있다. 비싼 값을 쳐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MO 환경규제·美 이란 제재도 걸림돌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이슈도 현대오일뱅크 기업가치 책정에 불리한 이슈다. IMO는 오는 2020년부터 선박연료의 황산화물 함유기준을 3.5% 이하에서 0.5% 이하로 강화키로 하면서 기존 벙커C유(중유, 황산화물 약 3% 함유)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중유 매출액은 1조4468억원으로 전체의 10.37%에 달한다. GS칼텍스(5.6%), S-OIL(2.0%) 등 경쟁사 대비 매우 높다. 중유 수요가 급감하면 이 회사 매출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IMO 제재 이전까지 고도화 비율을 높인다고 해도 설비 증설 비용 탓에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도 현대오일뱅크를 힘들게 하는 변수다. 이 회사는 작년 3·4분기 기준 매입액의 94.26%를 차지하는 원유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했다.
미국이 이란 경제제재를 재개하면 11월부턴 이란 석유회사들과 석유제품 거래와 이란 에너지 섹터에 대한 제재가 시작돼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한편,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은 지난 4월 16일 현대오일뱅크 상장 계획을 밝혔다.
이 회사 IPO는 기존 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지분 중 일부를 일반인들에게 공개적으로 파는 구주매출 방식이 유력하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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