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코스피 3000 외치던 증권사 "강달러·무역전쟁에 조정 불가피"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7 17:39

수정 2018.05.27 17:39

증권사들 하반기 증시 전망 줄줄이 낮춘다
美 국채금리 급등하면서 대외적으로 불리한 여건 3~4분기 ‘상고하저’ 분석
상승장땐 ‘장밋빛’ 내놓다 몇달만에 전망치 수정 투자자 신뢰 저하 우려
코스피 3000 외치던 증권사 "강달러·무역전쟁에 조정 불가피"


증권사들의 하반기 코스피 전망치가 내려가고 있다. 2600선을 넘나들던 지수가 2400중반까지 내려와 횡보하자 증권사들이 조정작업을 벌이는 것이다.

일부 증권사는 전망치를 100포인트가량 하향 조정했다. 아직 하반기 전망치를 내놓지 않은 증권사들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전쟁 위협이 지속되는 데다 강달러와 미국 금리 인상 등 신흥국 증시에 불리한 여건이 조성되면서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수개월만에 전망치를 조정하는 것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저하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반기 코스피 전망치를 수정한 증권사들은 지수가 '상고하저' 형태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3·4분기에 상승세를 시현한 후 4·4분기에는 횡보하거나 소폭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증권사, 하반기 전망치 낮춰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최근 하반기 코스피 변동폭을 2400~2750으로 조정했다. 연초 전망치는 2500~3000였으나 상단을 기준으로 8.33% 하향 조정한 것이다.

다른 증권사들도 하반기 전망치를 내려 잡는 모양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3020에서 2930으로, 키움증권은 2919에서 2887으로, 하이투자증권은 2830에서 2700으로 상단을 내려잡았다. 또 하나금융투자와 메리츠종금증권은 코스피 상단을 2900선으로 제시했으나 최근 2850, 2800으로 각각 낮췄다.

증권사들은 대내외적 변수가 전망치를 수정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국채금리 급등과 G2(미국·중국)의 무역전쟁이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대내적으로는 1·4분기 기업 실적이 전망치를 밑돌았다. 대외여건 악화로 신흥국 경기 확장이 기대만큼 올라오지 못한 점도 요인으로 꼽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3%를 돌파한 데다 무역전쟁이 증시에 영향을 주면서 전망치를 조정했다"며 "최근 흐름을 감안했을 때 과도한 조정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전망치를 유지한 증권사도 있다. KB증권은 연초 제시한 상단 목표치(3060)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투자증권도 코스피지수 목표치 상단(2900)을 그대로 지켰다. 신한금융투자는 목표치 하단을 기존 2250에서 2350으로 오히려 높였다.

증권사의 이 같은 목표치 조정이 투자자들에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상승장일 때는 희망적인 예측을 내놓은 뒤 상황에 맞춰가며 목표치를 바꾸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에는 증권사들이 지나치게 소극적인 전망으로 예측에 실패해 빈축을 산 바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내놓는 전망치는 작성 당시 분위기의 연장선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상황 분석이나 사실관계 등은 참고하되, 전망에 대해서는 소신을 갖지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반기 코스피는 '상고하저'

증권사들은 코스피가 3·4분기 상승세를 나타낸 후 4·4분기에는 조정을 겪을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국내 증시를 압박하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 강달러 등의 요인이 약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3·4분기 상승장을 예상하는 요인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우호적 환경에 힘입어 3·4분기 시장의 랠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했다. 신한금융투자는 2·4분기 말~3·4분기 초에 직전 고점을 돌파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나금융투자도 7월께 최고점을 돌파하며 상승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3·4분기 달러 약세화가 재개되고, 금리 인상에 대한 선반영이 인식될 것"이라며 "실적 모멘텀의 저점을 확인하면서 오히려 안도에 따른 시장 상승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4·4분기에는 반도체업황이 완만한 하락세를 그리며 지수도 함께 조정을 받을 것으로 진단했다. 반도체업종의 지수 내 영향력이 하반기에도 굳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1·4분기 영업이익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경우 전년동기 대비 뒷걸음질쳤다.

윤영교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반도체를 제외하면 수출증가율이 제로에 가깝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반도체 호황이 길어질수록 국내 증시 고점이 가까워진다는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추천업종으로는 경기 확장에 따른 소재·산업재주가 가장 많이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주는 실적 기대감이 지속되며 꾸준히 추천됐다.
대중국 소비주가 한중 관계 완화 영향으로 호조를 보이며 하반기 증시를 받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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