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조선업 메카에서 문화도시로.. '고현항의 눈물'은 없다

노주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7 17:50

수정 2018.05.27 17:50

탄력받는 거제 고현항 항만재개발 사업
여의도공원 세 배 면적 크기 '거제빅아일랜드' 조성
2조 민간자본 유치… 주거·의료·관광시설 들어설 예정
김천~거제 KTX 조기 착공 추진… 수도권 접근성도 개선
거제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 조감도
거제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 조감도


'말뫼의 눈물'로 유명한 스웨덴의 항구도시 말뫼는 1990년대 조선업이 쇠퇴하자 폐조선소 부지를 매입해 산업·교육·주거 복합지구로 재개발했다. 인구 23만의 말뫼는 2002년 코쿰스 조선소의 대형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팔았을 정도로 스웨덴 조선산업의 몰락을 상징하는 도시지만 항만재개발과 혁신을 거듭해 세계적 친환경 명품도시로 거듭났다.

'비틀스'의 도시로 잘 알려진 영국 리버풀은 한때 세계 최대 무역항으로 막강한 부와 명성을 자랑했다. 1800년대 세계 물동량의 절반이 리버풀 항구를 거쳤다. 그 유명한 타이타닉호도 리버풀에서 출발했다. 20세기 들어 물류 방식이 변화하고 전쟁을 겪으면서 급속도로 황폐해졌으나 전쟁 후 복구사업과 부두 재개발, 문화 자원 활용을 통해 관광·문화 명소로 변신했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항만재개발이 도시재생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항만재개발 사업이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제2차 항만재개발 기본계획'에 따라 전국 13개 항만 19개 사업지에서 항만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사업이 완료된 여수항 신항 외에 부산항 북항(1단계), 거제 고현항, 동해묵호(1단계), 광양 묘도 투기장 등 4곳이 착공한 상태다.

그 중에서도 경남 거제시 고현항 항만재개발이 관심을 끈다. 조선산업 메카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부자도시였던 거제시는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조선업의 불황으로 침체기를 겪다 최근 조선업 수주상황이 점차적으로 개선되는 상황이다. 항만재개발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국내 1등이다. 현재 진행하는 사업 중에 거제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은 국내 '민자 1호 항만재개발사업'이기도 하다.

거제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은 거제시 중심에 자리잡은 고현동과 장평동 일대 앞바다에 부지를 조성, 여의도공원 세 배 가까운 면적(60만98㎡)을 확보해 거제시 랜드마크인 '거제빅아일랜드'라는 해양관광도시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사업주체인 거제빅아일랜드PFV㈜는 기술과 경험이 풍부한 대우건설과 2015년에 착공해 현재 1단계 부지조성 공사를 성공적으로 완료, 오는 8월 준공하고 2단계 부지조성 공사도 진행 중이다.

오는 2021년까지 접안시설과 외곽시설, 공원·녹지, 주거용지 등이 1~3단계에 걸쳐 조성된다. 부지조성이 완료되면 2조원 이상의 민간자본을 유치해 새로운 랜드마크 건물과 주거·상업·교육·의료·관광·문화·공공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이미 100% 분양이 완료된 1단계 부지 일부엔 대림산업이 지하 1층 지상 34층 아파트 1073세대를 짓기 위해 거제시에 사업승인 신청을 한 상태다.

거제시 관계자는 "주민의 소득 수준이 높은 데 비해 편의시설이 부족했다"며 "고현항 항만재개발로 생기는 3만3000㎡ 도심 공원과 3.3km 수변 산책로는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민간사업자 공모를 통해 고현항 항만재개발 사업의 시행자가 된 특수목적법인(SPC) 거제빅아일랜드PFV는 가까운 일본의 워터프론트 개발 사례를 집중 분석해 사업에 반영했다. 일본 10개 항만 재개발 사례를 분석해 인구와 교통 측면에서는 거제시와 인구가 비슷한 시모노세키 가라토, 개발환경 측면에서는 미나토미라이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고 개발 규모가 비슷하지만 지역 특수성을 살리지 못한 사례, 원도심과의 연계 개발에 미흡했던 해외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았다.

거제빅아일랜드PFV 관계자는 "거제빅아일랜드 부지만 보지 않고 원도심과 거제시 전체를 보며 수면 대면율을 극대화한 개발, 구도심과 연계된 수변개발, 구도심에 부족한 주거용지와 녹지, 주차장과 공공편의시설 확충에 중점을 뒀다"며 "지역주민에게 살기좋은 도시, 관광객들에게 꼭 찾고 싶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선업 경기 회복과 거제 지역의 관광인프라 확충이 가속화하면서 고현항 항만재개발이 거제 재도약을 위한 든든한 발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김천~거제 KTX 조기 착공 추진'이 포함되면서 서울·수도권에서 거제까지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거제 고현항 재개발지역 관광지 조성사업도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거제 자연생태테마파크, 거제 해양관광테마파크, 섬&섬길, 옥포대첩 국민관광단지, 거제해양특구, 장목관광지 등이 조성되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항만재개발은 항만의 유휴자원을 활용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에 새로운 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라며 "고현항 항만재개발로 경남 거제시가 해양관광 거점으로 거듭나는 토대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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