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초읽기]

"성김, 회의론자이기 때문에 北에게 비핵화 원칙 더 요구할 것"… 김창선, 경호·의전 위해 싱가포르行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북미간 비핵화 의제를 놓고 본격적인 조율에 들어간 가운데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의 체제보장을 어디까지 약속할 수 있는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의 불가침 조약과 종전선언, 평화협정 등은 '미국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부분인 만큼 가장 큰 리스크는 '미국 의회'이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에게 불가침 등을 약속하기 힘든 상황이다.

김 대사는 특히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과 같은 '유화론자'가 아닌 '회의론자'에 가까워 최 부상에게 비핵화의 원칙을 강하게 내세울 전망이어서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얼마만큼 수용하고 체제보장의 약속을 어디까지 받아낼지가 주목되는 것이다.

■ 미 의회 승인 없으면 '헛된 약속'
김 대사는 29일까지 최 부상과 북·미회담의 주요의제인 '비핵화'를 놓고 협의한다. 김 대사는 지난 2008년 6자회담 특사를 역임한 '북한통'이다. 2008년 6월 북한의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할 때도 미국 대표로 현장을 참관했으며 북한 내부를 깊숙이 알고 있는 북핵 전문가이다.

외교당국 관계자는 "김 대사는 6자회담시 북한을 상대해왔고 북한의 기만을 목도에서 지켜본 인물이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크게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만큼 북한에게 비핵화의 진정성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도출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대사가 영변을 방문했을 때 신었던 페라가모 구두에서 농축우라늄이 검출됐다는 것은 정보라인 사이에서 유명한 일화다. 당시 북한은 농축우라늄에 대해 끝까지 부인했다.

일단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달 초 2차 방북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약속받았다고 알려진 '핵탄두의 해외반출'을 언제, 얼마나 할 수 있는지를 협의 중이다. 김 대사는 북한이 보유한 전체 핵탄두 중 절반 이상을 올해 내에 해외 반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내 핵탄두 절반 정도를 해외 반출하면서 핵프로그램과 핵물질의 검증과 사찰이 이뤄질 것"이라며 "단계적 보상도 압축적으로, 비핵화도 압축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의 체제보장 요구 수준이다. 북한은 등가원칙으로 핵탄두의 해외반출시 불가침조약을 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 의회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디테일의 악마'가 바로 '미국 의회'다.

양무진 북한대학교대학원 교수는 "미국 의회가 승인하지 않으면 공수표인 약속이 불가침 조약"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의회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북한도 핵무기 해외반출을 용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의구심을 내비치는 것은 핵무기 해외반출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의회로부터 북한과의 불가침 조약을 승인받을 수 있는지다"고 덧붙였다. 미국 연락사무소와 인도적 차원의 대북제재 완화는 핵무기 해외반출에 반해 '너무 낮은' 수준의 체제안전 보장이라는 것.

■ 김영철-폼페이오 싱가포르서 조우할듯
김 대사와 최 부상간의 '비핵화' 의제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김정은 일가의 집사'라고 불리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28일 중간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싱가포르행 비행기를 탔다. 김 부장은 북한 실무대표단을 이끌고 싱가포르행 중국 국제항공 CA5283편을 탑승했다. 싱가포르에서 기다리는 미국 CIA와 백악관 실무진들과 경호·의전 문제를 협의하기 위함이다.

일단 이같은 '투트랙 실무 협의'는 시작됐다. 그러나 협의가 다음달 12일 북·미 정상회담 전에 긍정적으로 마무리될지는 다른 문제다. 특히 김 대사와 최 부상이 다음달 12일 전까지 막판 비핵화 협의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협의가 긍정적이라면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통일선전부장이 싱가포르에서 마무리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김 대사와 최 부상의 협의가 녹록치 않으면 김영철 부장의 방미도 예상해야 한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일단 북한이 판문점까지 내려와 협의를 하고 있는 만큼 김영철 부장의 방미까지는 굳이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며 "일단 핵선제불사용 약속까지 받아내면 북한으로서는 1차 요구를 수용받은 셈이어서 어느 정도 협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박종철 경상대 교수는 "김영철 부장이 방미하는 방안도 미국과의 협상에서 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