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스피치와 사자성어

최고경영자(CEO)는 그 조직의 비전과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직원의 공감과 열정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런데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사람의 성격이나 태도를 변화시키는 데는 어떤 압력수단이나 설득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며, 오로지 그 사람 본인의 내부로부터의 변화 욕구가 일어나야 할 것이다.

조직의 변화를 위해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강조하면서 리더의 스피치를 중요시한다. 스피치란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정확하고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주제가 뚜렷해야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뒷받침할 수 있는 풍부한 자료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말의 속도나 강약, 몸짓,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최고경영자가 직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어떤 내용으로 스피치해야 듣는 자로 하여금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게 할 것인지, 언변이 시원찮은 필자로서는 여간 고민되는 게 아니다. 스피치 시간제한도 있는 만큼 어려움은 더욱 가중된다.

필자가 은행장으로 있을 때다. 임직원이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나 간부 직원과 함께하는 미팅에서 은행의 현안을 토론하거나 새로운 각오로 영업에 임하도록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목적으로 스피치를 하게 된다. 이때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가 쉽도록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는 사자성어나 격언을 가끔 인용한 바 있다. 은퇴한 지 7년이 지난 요즈음도 필자가 인용한 사자성어가 지금도 기억이 난다는 얘기를 후배들로부터 듣게 될 때가 있다. 그만큼 스피치에 있어 사자성어나 격언 인용이 주효하다 할 것이다. 그 중에서 한 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풍림화산(風林火山)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손자의 병법에 나오는 군세의 행동지침이다. 전쟁터에서 적을 공격할 때는 바람처럼 빠르게(疾如風), 행동할 때는 숲처럼 고요하게(徐如林), 침공할 때는 불처럼 기세좋게(侵掠如火), 주둔할 때는 산처럼 묵직하게(不動如山), 네 구절에서 마지막 한 자씩 따서 만든 말이다. 바람처럼 빠르게, 숲처럼 고요하게, 불길처럼 맹렬하게, 산처럼 묵직하게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전술은 일본 전국시대의 무장 다케다 신겐이 응용하면서 이 글귀를 사용했다 한다. 일본 프로축구팀에도 이 이름이 쓰이고 있고, 일본 NHK에서 10여년 전에 제작, 방영한 대하드라마 제목이기도 하다. 필자는 금융권 판도 변화가 본격화되는 해인 만큼 경쟁자를 압도하는 영업으로 은행 위상을 확실히 자리매김하자는 메시지를 비유적으로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기관장이나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신년사, 창립기념사 또는 행사 축사를 할 때 사자성어를 인용하면서 메시지를 전하는 경우를 가끔 접하게 된다.
때로는 유행처럼 널리 활용되기도 한다.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부합하는 사자성어나 격언을 찾아 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이 스피치를 함에 있어 분명 유용하다 할 것이다.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