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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엘리엇의 역습'이 남긴 숙제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8 17:16

수정 2018.05.28 17:16

[차장칼럼] '엘리엇의 역습'이 남긴 숙제

"기업들 입장에선 이제라도 주주 소통과 투명경영을 강화하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최근 만난 대형 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방안에 대해 브레이크를 건 사태와 관련 이같이 평가했다.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지분을 매입하고, 지주회사 출범방식이 주주 이익 극대화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결국 현대차그룹은 29일로 예정됐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임시주총을 취소했다.

당초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해소 노력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장의 요구에 부응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이 긍정적"이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그러나 엘리엇의 공세에 결국 굴복하고 만 꼴이라 업계 안팎의 충격도 크다.

지난 2004년 삼성물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인베스트먼트도 삼성전자, 현대차, KB금융 등 국내 주요 상장사 지분을 1조4000억원가량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헤르메스가 행동주의 대표 펀드로 알려진 만큼 향후 행보에 기업들이 애간장을 태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외국계 펀드인 호라이즌캐피탈도 한국거래소가 현행 코스닥제도에서 자사주를 소액주주에서 제외한 것과 관련, 공시적으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우루과이에 본사를 둔 호라이즌캐피탈은 장기투자 성격의 외국계 펀드로 코스닥 상장사인 아트라스BX의 주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들의 역습에 국내 기업들도 마냥 두손을 놓고 있어선 안 된다. 이제라도 주주와 소통을 강화하고, 투명경영을 가속화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적 의결권 자문기관의 역할도 절실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는 서스틴베스트를 비롯해 3곳 정도가 활동 중이어서 국내기업들이 모두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의 입만 쳐다본다"며 "향후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략이 치밀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응하는 전문 의결권 자문기관의 역할이 중요하고, 정책적으로 육성하려는 의지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기금들이 투자한 기업 경영 전반에 적극 참여하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역시 기업들에는 커다란 숙제다. '큰손' 국민연금이 오는 7월 도입을 앞두고 있다. 향후 스튜어드십코드를 통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도 진정성 있는 의사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이제라도 기업들이나 정부에서 행동주의 펀드 역습에 대비하고 나서야 할 때다.
본질적 기업가치와 이익에 대해서 주주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전제조건이다.

kakim@fnnews.com 김경아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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