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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소비자 무시하는 골목상권 특별법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9 17:07

수정 2018.05.29 17:07

지방선거 앞두고 국회 통과.. 동반성장 자율 원칙도 깨져
국회가 시장경제에 또 하나의 '대못'을 박았다. 국회는 그제 골목상권 보호를 법으로 강제하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 이른바 강제 골목상권 보호법을 의결했다. 대기업에 대해 5년 동안 소상공인들이 주로 취급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공급을 제한하는 게 골자다. 이 법은 대통령 공포 절차를 거쳐 올해 말께 시행된다.

이에 따라 올해 말께부터 두부, 김치, 어묵 등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공산이 커 대기업은 식품 제조나 유통에 얼씬도 못하게 될 전망이다. 이를 위반하면 매출액의 최대 5%까지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한다.
관계자도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생계형 중기적합업종 제도는 지금까지 동반성장위원회 중재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이 각자 영역을 합의하는 방식의 민간자율로 운영됐다. 그런데 소상공인들은 합의 내용이 권고 수준으로 구속력이 없다며 법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목소리를 높여왔고, 이번에 국회 문턱을 넘으며 권한이 정부로 넘어갔다. 이번 국회 통과에는 여야가 모두 거들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700만 소상공인의 표를 의식한 '표퓰리즘'이 큰 힘이 됐다.

소상공인들은 이번 법제화에 대해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 갖춰져 골목상권이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 사실 대기업의 무분별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 과정에서 소상공인 영역인 골목상권까지 파고들어 소상공인이 설자리를 잃는 측면도 있다.

그렇더라도 이번 골목상권보호법은 득보다 실이 크다. 정부가 대기업의 신사업 등 기업 활동을 제약해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동시에 시장 경쟁을 제한해 수입상품이 피해를 보는 데 따른 통상마찰 소지도 크다. 더 근본적인 건 소비자의 선택권, 소비자 주권 침해다. 가뜩이나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이 줄줄이 가로막히고 의무휴일제 도입 등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크게 제약받고 있다. 골목상권보호법까지 만들어지면서 소비자의 주권은 뒷전이 됐다.


많은 부작용을 안은 채 법이 통과된 만큼 '운용의 묘'를 살리는 것이 급선무다. 생계형 적합업종의 무게중심을 규제가 아닌 상생으로 바꿔 상생형 적합업종으로 개편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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