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트럼프가 말하는 '기울어진 운동장'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9 17:07

수정 2018.05.29 17:07

[차장칼럼] 트럼프가 말하는 '기울어진 운동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 패턴은 이렇다. ①관세 또는 협정 폐기 위협 ②국가안보를 빌미로 한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 ③시장침해 및 국가안보 영향 조사 ④관세 및 수입 쿼터 부과 선언 ⑤상대국과 면제·쿼터 협상으로 이어진다. 압박과 협상을 병행해 결국 트럼프는 실리를 챙긴다. 상대국들의 공동대응을 어렵게 하고,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 논란을 비켜가는 자국 법안 '232조'를 동원한 영리한 전술이다. 이 탓에 수십년간 구축된 WTO 무역질서는 힘을 잃고 있다.

트럼프가 말하는 "무역전쟁은 좋은 것이고, 이기기 쉽다". 트럼프는 취임 후 1년3개월 새 북미 및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하며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 및 태양광 모듈 쿼터 제한(2월), 232조에 근거해 철강관세 25%를 부과(3월)하더니, 이번에 자동차 관세(25%) 부과를 예고했다.
트럼프 정부는 '수입차와 부품이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친다'는 프레임을 짜놓고 조사에 착수했다.

트럼프의 무역전쟁 패턴으로 보면 자동차관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어렵사리 재협상 끝에 일괄타결한 철강관세-FTA도 사실상 무력화된다. 설령 자동차 관세를 일부 피한다하더라도 우리는 뭔가를 내놓아야 한다. 철강 관세도, FTA 개정 때도 그랬다. 현재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무관세다. 우리 자동차산업의 고비용·저효율 등 구조적 문제도 있겠으나 자동차 수출은 계속 줄고(2016년 156억달러, 2017년 146억달러)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출한 자동차(253만대)의 3분의 1 이상(85만대)이 미국으로 갔다.

일자리와 연관산업이 많은 '한국산 자동차'가 미국시장에서 버틸 수 있을까. 트럼프의 자동차 관세폭탄이 실현된다면 주요 타깃인 일본.독일보다 한국이 더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멕시코(469억달러), 캐나다(425억달러), 일본(398억달러), 독일(202억달러)에 이어 한국(157억달러)은 미국의 자동차 수입 5위 국가다. 이들 4개국과 수입액에서 차이가 크지만 우리 경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부품 등 연관산업이 많아서다. 미국 수출의존도 또한 높다.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공장 철수 사태에서 우리는 자동차산업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에 놀랐고, 씁쓸한 경험을 한 게 최근이다.

트럼프가 말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이것뿐이겠는가. 가전과 철강, 자동차에 이어 반도체 등에서 트럼프가 시비를 걸 수 있다. 우리의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산업이 흔들리면 충격은 자동차 이상일 수 있다. 지난 3월 우리 정부는 통상조직을 확대 보강했다.
그 이후 첫 이슈가 자동차 관세다. 그런 만큼 대응도 달라야 한다.
우리는 아직 한.미 FTA 개정 최종안에 서명하지 않았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경제부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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