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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세금 퍼주기론 저소득층 소득 못 늘린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30 16:54

수정 2018.05.30 16:54

소득주도성장 그대로 두고 정부가 또 돈 쓸 생각해서야
문재인정부 경제팀이 지난 29일 청와대에 모여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긴급 점검했다. 정부가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폭으로 줄어든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아픈 지점"이라고 표현했다. 빈익빈 부익부의 구조를 고치는 것을 정권의 핵심가치로 여겼던 문 대통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다.

그러나 회의 결론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수렁에 발을 잘못 디뎠는데 빠져나올 생각은 하지 않고 더 깊은 수렁으로 들어가려 한다.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유지하되 보완책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보완책으로는 근로장려세(EITC), 노인일자리 수당, 기초연금 등의 지급을 늘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빠르면 다음달에 이런 대책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 원인으로 고령화, 최저임금 인상, 경기부진 세 가지를 들었다. 최저임금 인상을 실패 원인 중 하나로 본 것은 진전이다. 그러나 고령화와 경기부진을 원인으로 든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고령화는 십수년 전부터 지속된 현상이다. 경기부진도 1~2년 주기로 되풀이된다. 왜 과거에는 저소득층의 소득이 격감하지 않았는지, 왜 이번에만 소득격감 현상이 나타난 것인지 설명이 안 된다. 고령화나 경기부진과 같은 통상적 원인을 대며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갈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처음으로 이전소득(남에게서 넘겨받은 소득)이 근로소득(일해서 번 소득)을 앞지른 가계소득 통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16.4%나 올린 결과 1.4분기에 일자리가 줄면서 저소득가구의 근로소득이 13.3%나 줄었다. 정부는 재정지원을 통해 근로소득 결손을 메우는 정책을 폈다. 그 결과 이전소득이 21.6%나 늘었다. 그러고도 저소득층의 총소득은 크게 줄었다. 일자리 확대 없이 세금 퍼주기만으로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릴 수 없음을 이 통계가 잘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사에서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빈곤층을 더 빈곤하게 만든 정책이 정의롭다고 할 수 있는가. 어설픈 정책에 경제를 계속 내맡겨선 안 된다.
문 대통령이 경제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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