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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국회 특위 ICO 허용 권고, 정부 새겨듣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30 16:54

수정 2018.05.30 16:54

6개월 토론 끝에 내린 결론.. 전면금지는 제 발등 찍는 격
국회가 오랜만에 일을 했다. 지난 28일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는 6개월 활동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특위는 보고서를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권고안이라 정부가 따를 의무는 없다. 그러나 여야 합의로 정리한 것인 만큼 향후 정부 정책에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라고 했다.
신기술이 나오면 일단 허용한 뒤 부작용이 생기면 뒤에 규제하란 뜻이다. 또 개인정보 활용을 막는 서너개 법을 정비하라고 권했다. 그래야 빅데이터 산업이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빅데이터가 곧 원유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암호화폐공개(ICO) 허용이다. 물론 투자자 보호대책을 먼저 마련하란 전제를 달았다. 그럼에도 특위가 보고서에서 ICO를 언급한 것 자체가 큰 진전이다. 지난해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거품 논란이 일었다. 이때 우리 정부는 ICO를 전면 금지했다. 국회도 거품 또는 사기 우려가 있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하지만 특위의 18인 위원들은 여섯달 동안 차분히 논의한 끝에 ICO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종래 신기술에 늘 수동적이던 국회가 되레 정부를 한발 앞서가는 모습을 보였다. 반가운 일이다.

ICO는 지구촌 벤처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과거 벤처는 투자자에게 주식을 나눠줬다. 지금은 토큰, 곧 코인을 준다. 이 코인이 암호화폐다. 예전엔 벤처 주가가 뛰면 투자자들이 돈을 벌었다. 앞으론 코인 값이 뛰면 투자자들이 큰돈을 만질 수 있다. ICO 정책은 나라마다 다르다. 한국과 중국은 막았다. 싱가포르, 스위스, 홍콩, 에스토니아, 지브롤터는 허용한다. 우리 기업이 ICO를 하려면 해외로 나가야 한다. 불편한 데다 비용도 많이 들어 불만이 크다. 해외 로펌.컨설팅사 좋은 일만 시킨다는 말도 들린다.

ICO를 무조건 풀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아직은 시장 초기단계라 분명 사기꾼들도 있다. 엉터리 백서로 선량한 투자자들을 울리는 일도 잦다. 며칠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ICO에 나선 스타트업을 증권사기 혐의로 제소했다. 특위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정부에 투자자 보호대책을 마련한 뒤 ICO를 허용하라고 제안했다.

정부는 특위 권고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ICO 전면 금지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중국이 ICO에 문을 닫아건 지금이 우리에게 좋은 기회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 지난 20년간 인터넷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암호화폐, 나아가 블록체인 기술도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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