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美 무역전쟁, 중국 넘어 유럽으로 확대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31 14:51

수정 2018.05.31 14:51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AP연합뉴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AP연합뉴스
중국산 수입품에 대규모 관세 부과를 강행하기로 결정한 미국이 이번에는 유럽연합(EU)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확대할 전망이다. 미 정부는 중국과 달리 오랜 우방이었던 EU에도 예외 없이 고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인데 EU 역시 이에 상응하는 보복관세를 내놓을 것으로 추정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월 30일(이하 현지시간) 관계자를 인용해 미 정부가 지난 3개월간 EU에 적용하던 관세 유예조치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3월에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예고했으며 일단 EU에 대해서는 6월 1일까지 적용을 미루기로 했다. EU는 지난 약 3개월 동안 해당 관세를 완전히 면제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미국과 협상을 진행했다.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빠르면 5월 31일에 EU에 대한 관세 적용 여부를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막판 협상이 성사되면 트럼프 정부의 계획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도 보도 당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이사회에 참석해 EU와 계속 협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협상은 관세가 있든 없든 할 수 있다. EU도 미국에 상당한 관세를 붙이고 있는데 단순히 관세 때문에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로스 장관은 "중국도 협상에서 관세 핑계를 대지 않았다"며 "관세가 있으니 협상을 못하겠다고 하는 쪽은 EU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WSJ는 양자간 막판 타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오설리번 주미 EU 대사는 WSJ를 통해 "우리는 철강 등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해친다는 분석은 여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EU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사실상 미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설리번 대사는 "설령 미국이 무역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싶다고 해도 우리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틀린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5월 30일 OECD 행사장에서 "일방적인 대응과 무역전쟁에 대한 위협은 국제 무역의 심각한 불균형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무역전쟁은 항상 모두가 지는 전쟁이다"고 역설했다.

EU는 이미 지난 3월 17일에 미국이 철강 관세를 강행할 경우 보복관세를 물릴 미국산 수입품 목록을 공개했다. 해당 목록에는 쌀, 오렌지 주스, 주방용품, 의류·신발, 세탁기, 섬유, 위스키, 오토바이 등이 포함됐다. 해당 품목의 연평균 수입 규모는 28억유로(약 3조5187억원)로 추정된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계획대로 EU에도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경우 대서양과 태평양 양쪽에서 무역전쟁을 벌이게 된다.
5월 중에 중국과 2차례의 무역협상을 벌였던 미국은 같은달 29일 발표에서 지난 4월에 예고한 대로 25%의 관세를 부과할 연 500억달러(약 53조원)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 목록을 6월 15일에 발표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미국이 2번째 무역협상에도 불구하고 강경책을 택하자 즉각 반발했다.
로스 장관이 이끄는 미 무역 대표단은 오는 6월 2~4일 중국 베이징이서 3차 무역협상을 진항할 예정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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