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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경제부총리 무력화하고 경제 잘 되겠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31 16:47

수정 2018.05.31 16:47

컨트롤타워 흔들면 안돼.. 경제팀장 위상 존중해야
정부는 5월 29일 청와대에서 가계소득동향을 점검하는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최저임금 속도조절 필요성을 둘러싸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논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장시간의 논쟁에도 불구하고 접점을 찾지 못하자 이런 회의를 앞으로 더 열기로 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회의 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앞으로 장하성 정책실장이 주도해 관련부처 장관들과 함께 회의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나중에 '주도해'라는 표현을 삭제했지만 문맥은 달라지지 않았다.

내각이나 청와대 참모진 간에 이견이 있을 때 토론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는 것은 나쁠 게 없다.
문제는 그 회의를 누가 주재하느냐다. '장하성 정책실장이 주도'한다는 발표에 비춰보면 청와대는 경제부총리를 제치고 장 정책실장에게 맡기려고 한다. 이는 김 부총리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과 같다. 김 부총리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진다. 경제부총리를 경제팀장이나 경제 컨트롤타워로 부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조직이 잘 운영되려면 권한과 책임 관계가 분명해야 한다.

청와대가 '장하성 정책실장 주도' 입장을 발표한 이후 여권 내부에서 김 부총리를 향한 날선 비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을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지금은 그 말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또한 "일자리 정책에 관해서는 스스로 전권을 갖고 모든 부처를 통솔해 완벽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는 말도 했다. 경제부총리를 제치고 정책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도 "최저임금위의 독립성을 해치는 발언을 자제할 것을 요청한다"며 김 부총리의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비판하는 호소문을 냈다.

김 부총리를 향한 비판은 경제정책을 둘러싼 노선 갈등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장 정책실장을 필두로 한 소득주도성장론자들과 혁신성장론자인 김 부총리 사이에 내재된 마찰이 표면화하고 있다. 서로 의견이 달라 논쟁을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경제부총리 위상을 깎아내리는 것은 삼가야 한다.
정책 성향이 맞지 않는다면 차라리 경제부총리를 바꾸는 것이 옳다. 그럴 생각이 아니라면 경제부총리를 흔들어서는 안된다.
경제 컨트롤타워를 흔드는 것은 경제를 흔드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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