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비트코인은 재산" 판결 하루만에…금융당국은 "금융상품 아냐"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31 17:08

수정 2018.05.31 21:04

암호화폐 지위 놓고 불협화음… 시장 혼란만 가중
최종구 금융위원장 "규제대상으로 볼수 없어".. 대법원 판결과 다른 목소리
업계는 꾸준히 제도화 주장.. "규제 만들어 투명하게 관리 투기붐·자금세탁 차단해야"
"비트코인은 재산" 판결 하루만에…금융당국은 "금융상품 아냐"

암호화폐의 지위를 둘러싸고 정부와 법원이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 시장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법원이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재산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 암호화폐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의 기본입장이 정리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온지 하루 만에 금융당국이 법원과는 사뭇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다.

이미 전문가들은 암호화폐시장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세제와 회계 분야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수차례 조언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에서는 '금융상품과 금융규제 대상은 별개'라면서도 정부의 암호화폐 정책에 대해서는 "해외사례 관찰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결국 실제 시장에서는 활발히 거래되고 법원도 재산으로 인정한 암호화폐를 정부에서만 정책기조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어 시장 혼란이 길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암호화폐, 제도권으로 들여야 투기 막을 수 있어"

5월 31일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는 공식논평을 통해 "대법원이 비트코인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한 것은 거래 현실을 고려해볼 때 적절한 판단"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대법원 판결 취지를 유념해 하루빨리 암호화폐 거래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할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거래가 해당 국가의 유가증권시장 거래규모에 육박하고 있는 만큼, 4차 산업혁명 시대 가치를 표현하는 재화로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국제적으로 악용되고 있는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세탁, 조세회피, 마약거래 등은 그 자체의 단점이 아니라, 각국이 이 거래를 투명하게 할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탓이 더 크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금융당국이 암호화폐거래소를 비롯해 각종 위험요인을 걷어내야 투기열풍이 사라지고, 블록체인 역시 폐쇄형과 개방형이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전하진 자율규제위원장도 "암호화폐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결제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고, 이번 대법원 판결을 비롯해 주요 국가에서도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여기는데 왜 유독 금융당국만 뒷짐을 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종구 위원장 "금융상품과 감독대상 별개"…입장 모호

대법원 최종판결 이후에도 금융당국은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한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비트코인을 금융상품이나 자산가치로 인정할 여지가 없다"며 "비트코인을 몰수하는 것과 금융상품 혹은 금융감독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세계적으로 암호화폐가 일상속으로 확산되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여전히 '추상적인 안갯속 화법'으로 시장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전하진 위원장은 "올 초 정부가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통해 밝힌 암호화폐에 대한 정의는 현재 당국의 인식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현재 국내외에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일으키고 있는 변화를 전혀 모르는 것은 물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측은 "G20 등 국제적인 암호화폐 규제 논의 동향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국내 제도화에 대해 검토해나갈 것"이라며 "자금세탁 등 가상통화 거래 관련한 불법행위의 경우 자금세탁방지 체계 아래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국제적 공감대와 합의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해서는 정부도 엄중히 대처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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