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졸 취업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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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남동생이 얼마 전 여행금지국가인 중동의 한 나라로 파견근무를 떠나게 됐다.

지인은 여행금지국가인 만큼 동생을 보내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굳이 왜 위험한 곳으로 그 청년은 떠나야 했을까. 사정을 들어보니 '그럴 만도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년 전 그 청년은 당시 대기업 사이에 유행처럼 번졌던 '고졸채용전형'으로 입사를 했다. 대학을 가지 않고도 대기업에 입사했으니 운이 좋다며 만족하고 다니기도 몇 년. 시대가 흐르고 고졸채용은 점점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고졸채용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마치 구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해당 대기업의 일부 계열사에서 고졸채용으로 입사한 사람을 희망퇴직 대상자에 넣는 일이 발생하자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해당 회사도 업황불황으로 희망퇴직 등이 실시되자 그 청년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고민 끝에 그 청년은 여행금지국가로 해외파견을 선택했다. 돈벌이가 급해서 수당을 더 벌기 위해서도 아니고, 퇴직의 칼바람을 피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른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채용도 유행처럼 바뀐다. 이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금융권에서도 비일비재하다. MB(이명박)정권 당시 '고졸채용'이 대세였다면 박근혜정부에선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대세였지만 이미 수명을 다했다. 이제 금융권은 현 정부의 코드에 맞춰 '정규직 전환' '청년채용' '희망퇴직' 등이 새로운 채용 트렌드가 됐다.

그러나 전 정권이 강조한 채용방식이라고 무조건적으로 지워버리고 해당 채용을 중단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엇박자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정부정책에 발맞춰 일·가정 양립지원에 적극 나서면서 어린이집 신설 경쟁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그동안 경력단절여성들을 위해 추진해왔던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더 이상 채용을 진행하지 않거나 채용규모를 줄이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현재 은행권이 당면한 과제들을 보면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두고 유연근무제와 같은 다양한 고용형태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뒤 사정 따지지 않고 전 정권의 코드에 맞춘 채용이라고 무조건 지워버리는 채용정책보다는 더 길게 내다보고 채용정책을 세우는 혜안이 필요한 때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금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