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장난 '따릉이' 탔다가 사고났어요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31 17:27

수정 2018.05.31 21:42

노후화로 녹슬고 고장 늘어
하루평균 1만1300명 이용
작년 보험처리 7배 증가
서울시, 자전거 상태 따라
등급 매겨 불량 교체 예정
고장난 '따릉이' 탔다가 사고났어요


#. 천모씨(28)는 최근 서울 성북천 근처에서 겪은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간담이 서늘해진다. 평소처럼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빌려 거리로 나선 천씨는 사거리에서 지나가는 차량을 보고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자전거가 멈추지 않았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것이었다. 결국 천씨가 수초간 땅바닥에 발을 끌고 나서야 자전거는 멈췄다. 천씨는 "큰길로 나섰으면 큰 사고가 날 뻔했다"며 "그 뒤로 무서워서 따릉이를 못 타고 있다"고 말했다.


고장 난 따릉이가 서울시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따릉이가 도입된 지 3년이 지나면서 노후화와 사용 빈도 증가로 고장 건수가 매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서는 고장난 따릉이 수리 및 관리에 인력을 대거 투입하고 있으나 역부족인 상황이다.

■노후화·잦은 고장에 안전사고 다발

5월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따릉이의 정비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6년(3월~12월) 1만6688건이었던 정비 건수는 지난해 2만8886건으로 1만건 이상 늘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정비 건수는 무려 1만2025건에 달해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지난해보다 1.2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따릉이는 2015년 9월 서울시가 첫선을 보인 공공자전거 서비스다. 서울시는 당시 2000대를 시작으로 현재 총 2만대의 따릉이를 운영 중이다. 서비스 개시 3년도 안돼 회원수 60만명을 돌파했고 하루 평균 1만1300명이 이용하고 있다. 이용자가 늘면서 관련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2016년 21건이었던 따릉이 사고 보험처리 건수는 지난해 141건으로 7배가량 늘었다.

도입 3년이 지나면서 일부 자전거는 노후화가 진행 중이다. 따릉이 대여소가 지붕이 없는 탓에 우천시 자전거가 비를 맞아 부품이 녹스는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자전거 업계 관계자는 "공유자전거의 경우 자연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체인이나 페달이 녹스는 것은 한순간"이라며 "아무래도 일반적인 자전거보다 교체 시기가 빠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따릉이의 잦은 고장과 노후화로 시민들은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시스템 장애가 3차례나 발생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출퇴근길 따릉이를 이용하는 김모씨(32)는 "따릉이를 빌리면 안장이나 단말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가 있다"면서 "운행을 하다 갑자기 안장이 내려앉은 적이 있어 위험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가 노후화와 사용 빈도 증가로 고장 건수가 매해 늘고 있다./사진=이진혁 기자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가 노후화와 사용 빈도 증가로 고장 건수가 매해 늘고 있다./사진=이진혁 기자

■"내구연한 등급제 연내 도입"

서울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서울시는 따릉이의 노후화 문제에 대해 자전거별 상태에 따라 등급을 매겨 노후·불량 자전거를 교체하는 '내구연한 등급제'를 연내 도입할 예정이다.

서울시 자전거정책과 공공자전거팀 관계자는 "따릉이 관리를 위탁 운영하고 있는 시설관리공단이 40개조 120명의 요원을 투입해 365일 따릉이 점검을 하고 있다"면서도 "사용자들이 계속 따릉이를 이용해 전수 점검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따릉이 도입에 참여했던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수요자 입장에서 공공자전거는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 고장이 잦을 수밖에 없다"며 "기존 따릉이 정책이 인프라 확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유지·보수에 힘써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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