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정상화 바쁜 조선업 ‘노사 갈등’ 암초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31 17:30

수정 2018.05.31 17:30

노조 "올해는 임금 인상을" 사측 "기본급 10% 반납을" 여름 임금협상 고난길 예고
정상화 바쁜 조선업 ‘노사 갈등’ 암초


조선업계가 올 여름 노사간 기나긴 힘겨루기로 고단한 나날을 보낼 전망이다.

2년간 임금동결을 견딘 노조가 올해 일제히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수주, 매출, 수익 등 제반 경영지표는 여전히 호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사측은 올해 상황이 더욱 어려울수 있다며 오히려 기본급의 일정부분을 회사에 반납하라고 맞서고 있다. 일부 조선사 노조는 사측과 이견차이가 크자, 산별노조 가입을 추진하면서 전투력 키우기에 나선 상태다.

5월 3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달들어 다섯차례 사측과 교섭을 가졌으며 전일 노조 출정식을 열었다. 대우조선해양도 이달초 노사간 상견례를 갖고 올해 협상을 시작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8일 1차 교섭을 시작한 이후 29일까지 5차 차례 협의했지만 양측의 입장차이만 확인했을뿐 서로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노조측의 요구는 기본급 14만 6746원 인상과 성과급 최소 250% 보장 등이다. 사측은 기본급을 동결, 이중 20%는 반납하라는 제안을 한 상태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도 최근 직원들에게 담화문을 내고 당장 일감이 떨어지고 있다며 노조도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달라며 호소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9일 시작한 단체교섭에서 노조가 제시한 요구안은 기본급 4.11% 인상이지만, 오히려 사측은 임금 10% 반납을 제시했다.

사측과 노조의 이견차이가 큰 가운데, 대우조선 노조는 내달초 금속노조 산별노조 전환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키했다.

양대 조선사 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한 것은 2년만이다. 지난 2016~2017년에는 임금 동결에 합의 했다.

문제는 상황이 올해도 어렵다는데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733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6년 만에 흑자전환 했지만, 이는 공격적인 자산 매각 덕이다. 올해 상반기가 거의 다 지나가지만 연간 수주 목표액 73억달러중 30%만 간신히 채웠다.

현대중공업은 당장 7월 이후부터 해양사업본부의 일감이 없다. 사측은 해양사업본부 사무직 직원들에게 다른 본부 이동이나 계열사 전직중에 원하는 것을 선택하라는 통보를 내린 상태다. 생산직에 대해서는 순환휴직이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회사가 제시한 기본급 반납폭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노조에서도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아직까지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조선사들은 지난 2015~2016년에 내놓은 자구안에 따라 구조조정이 진행중이다.
필요에 따라 추가적인 인력감축이 필요할 수도 있다. 올해 강경한 노선으로 변한 노조와의 갈등이 커지면, 자칫 계획된 자구안 시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게 업계의 우려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2016년이 수주 상황이 심각하게 나빴던게 지금 영향을 미치고 있어, 어려움은 이미 예상했던 수준"이라며 "최근에 간간히 나오는 중소형 프로젝트들은 중국이나 싱가폴 업체들이 저가 수주로 싹쓸이 하고 있기 때문에 시황이 언제 나아질지 가늠키 어렵다"고 토로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