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방들, 동맹에 무역전쟁 시작한 트럼프에 '눈에는 눈' 보복 경고

지난해 5월 25일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왼쪽 두번재부터)이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AP연합뉴스



중국과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이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같은 우방에도 칼끝을 겨누고 무역전쟁을 확대했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힌 유럽 등은 미국을 이대로 두면 말릴 수 없다는 생각에 고강도 맞불관세를 꺼내들고 보복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미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EU와 캐나다,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이 미 국가 안보를 해친다고 보고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국가가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철강과 알루미늄은 230억달러(약 24조원)어치로 같은 기간 미 전체 수입량(480억달러)의 절반에 달한다.

■美 우방들, 마구잡이 무역전쟁에 분노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일괄 관세를 물리겠다고 예고했다. 이어 다음 달에 한국, EU, 캐나다, 멕시코 등 7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일단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4월 협상에서 철강 수출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동결한다는 조건으로 해당 관세를 영구 면제 받았고 호주와 브라질, 아르헨티나도 미국과 관세 면제 협상을 마무리했다. EU와 캐나다, 멕시코는 유예 기한인 지난달 31일 자정까지 미국과 합의에 실패해 이달 1일을 기해 관세폭탄을 맞게 됐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관세 확정 소식이 알려지자 "이번 조치는 아주 단순명료한 보호주의"라며 "우리는 국제 무역법을 완전히 준수하면서도 EU의 이익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의 관세가 "불법" 이라고 지적하고 "EU는 단호하고 미국의 조치에 비례하는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조치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번 행동은 양국 간의 오래된 안보 협력, 특히 과거 미국 형제들과 함께 싸우며 죽었던 수천명의 캐나다인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성토했다. 트뤼도 총리는 미국의 발표당일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같은 날 일데폰소 과하르도 멕시코 경제장관은 현지 라디오에 출연해 "무역전쟁의 책임은 처음 시작한 쪽에 있다"며 미국에 동일한 수준으로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다툼의 결과는 결과적으로 미국 유권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발은 미국 내에서도 쏟아졌다. 여당인 공화당의 벤 사세 상원의원(네브라스카주)은 "이번 조치는 멍청한 짓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유럽과 캐나다, 멕시코는 중국이 아니다. 동맹을 적과 똑같이 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철저한 보복' 무역전쟁 확대 막아야
EU 등 美 우방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제각기 똑같은 보복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우선 EU는 철강, 오토바이, 농산물 등을 비롯한 64억유로(약 8조원) 규모에 이르는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매길 예정이다 이 중 28억유로에 해당하는 물품에 대해서는 이르면 이달 20일부터 관세가 부과된다. EU는 이외 별도로 이달 1일에 미국의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방침이다. 캐나다 정부는 오는 7월 1일부로 미국에서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20%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일부 농산물 수입품에도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멕시코 경제부도 성명을 내고 미국산 철강과 파이프를 비롯해 사과와 돼지고기 등의 농산물에 "미국의 관세로 인한 피해에 상응하는 수준까지"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출범 당시 멕시코 협상 대표를 맡았던 루이스 데 라 카예 전 멕시코 경제차관은 WSJ를 통해 "관계국들이 이번 조치에 보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자동차 관세와 더불어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미 상무부에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와 마찬가지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바탕으로 수입차가 미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아직까지 화해의 길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관세 발표 당일 "우리는 여전히 관계국들과 추가적인 논의를 진행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영국 BBC방송은 트럼프 정부가 '벼랑 끝 전술'을 즐겨 사용했다며 이러한 조치가 트럼프 정부의 보편적인 협상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