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文정부 규제혁파, 왜 안될까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1 17:36

수정 2018.06.01 17:36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혁파를 당부했다.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 1년이 지나도록 혁신성장에선 뚜렷한 성과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에서 더욱 분발하고 규제혁파에도 속도를 내달라"고 말했다. 야단 반, 격려 반이다.

대통령의 지적이 옳다. 문재인정부의 규제혁파 점수는 형편없다.
박근혜정부가 2년 전 국회에 낸 규제프리존특별법은 먼지만 수북하다. 기업들이 애타게 바라는 수도권 규제완화는 감히 말도 꺼내기 힘든 분위기다. 규제샌드박스도 말만 요란할 뿐 현장에선 무용지물이다. 신기술을 개발해봤자 기득권의 벽, 기득권을 감싸는 관료의 벽에 여지없이 막힌다. 그 결과 인터넷은행은 반쪽이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암호화폐공개(ICO)도 할 수 없다. 그 흔한 우버 택시도 한국에선 영업을 못 한다. 스타트업들은 "정부가 돕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훼방만 놓지 말아달라"고 호소한다.

규제혁파는 말만 갖곤 되지 않는다. 역대 정권도 다 실패했다. 문재인정부보다 더 큰 힘을 쏟았는데도 규제 철옹성을 뚫지 못했다. 지난 2008년 1월 이명박 당선인은 목포 대불공단 전봇대 규제를 문제 삼았다. 이어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가동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봄 7시간 동안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가졌다. 규제는 범죄요 암덩어리라는 말까지 했다. 천송이코트, 푸드트럭 같은 이야기도 이때 나왔다. 하지만 그 뒤에도 규제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공무원들은 정치에 민감하다. 이른바 J노믹스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3대 축으로 한다. 하지만 누가 봐도 우선순위를 매기면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혁신성장 순이다. 관료들은 이 순서를 꿰뚫고 있다. 그러니 아무리 김동연 부총리가 혁신성장을 부르짖어도 시늉만 한다. 게다가 김 부총리는 '패싱' 논란에 휩싸일 만큼 힘이 떨어졌다.

문 대통령은 속도감 있는 규제혁파를 주문했다. 진심이라면 김 부총리에게 더 힘을 실어주는 것은 물론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그래도 고래심줄처럼 질긴 규제를 끊기가 쉽지 않다.
관료의 힘이 바로 규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분배를 중시하는 소득주도성장은 혁신성장과 가는 길이 다르다.
지금처럼 소득주도성장을 최우선과제로 삼는 분위기가 이어지는 한 규제혁파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