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조경철 천문대',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낭만

조경철 천문대 야경.
#. 처음 떠나는 별 여행이었다. 꽉막힌 서울에선 별을 볼 기회가 많지 않다. 번쩍이는 네온사인은 반짝이는 별빛을 가린다. 칼칼한 미세먼지는 밤하늘을 더욱 어둡게 만든다. 하지만 어쩌면, 네온사인과 미세먼지는 핑계일지 모른다. 바쁘다는 이유로 밤하늘을 바라 볼 여유를 잃었던 것은 아닐까. 늦은 밤 지친 발걸음을 느릿느릿 옮기면서도 하늘 한 번 올려다 볼 용기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스탠드 불빛 아래 앉아 제대로 본적 없는 '별빛'을 편지 속에 그려 넣은 적이 있다. 온전한 마음이 담기지 못했을 것이다. 도시와 일상을 떠나 여유와 용기를 찾고 싶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동경을 새겼던 시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싶었다. 별을 보러 떠났다.
조경철 천문대는 해발 1010m에 위치했다. 날이 맑으면 북쪽으로는 금강산, 남쪽으로는 롯데타워가 보인다.
■서울에서 2시간..맛집 여행도 함께
【화천(강원도)=송주용 기자】 지난 5월 26일 강원도 화천에 위치한 '조경철 천문대'를 찾았다. 오후 2시 종각에서 출발해 자동차로 2시간을 달렸다. 주말 오후였지만 길은 막히지 않았다. 화천과 인접한 포천은 이동갈비로 유명하다. 포천에 잠시 차를 세우고 이동갈비를 맛봤다. 별 여행도 좋지만 맛집 여행이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조경철 천문대 인근은 피서지로도 유명해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다. 늦은 밤까지 이어질 별 구경을 위해 천문대 인근에 베이스 캠프를 꾸렸다.

조경철 천문대에서 내려다 본 강원도의 산맥. 노을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뤘다. 사진=백재연씨
■구불구불 5km 비포장 도로 오르면 펼쳐지는 장관
오후 7시 조경철 천문대로 차를 몰았다. 구불구불한 비포장 도로를 약 5km 정도 올라갔다. 조경철 천문대는 강원도 화천군 광덕산 정상에 위치했다. 천문대에서 내려다 본 강원도의 산맥은 붉은 노을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뤘다. 오후 8시부터 진행되는 과학강연과 심화관측 프로그램을 미리 예약했다. 천문대 근처를 돌며 시간을 보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았고 오토바이를 타고 온 연인도 눈길을 끌었다. 심화관측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 관측실 지붕이 열리자 천문 관측용 망원경이 보였다. 망원경을 구경하기 위해 아이들이 뛰었다. 기자도 함께 뛰었다.

유주상 천문대장이 '별 헤는 밤' 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우주와 인간에 대해 이야기 했다.
■"국내 시민천문대 중 가장 큰 망원경 보유"
오후 8시부터 시작된 관측 프로그램엔 총 22명이 참가했다. 자녀들과 함께 온 가족 수강생이 많았다. 프로그램 진행은 유주상 조경철 천문대장이 직접 맡았다. 천문대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해 심야관측으로 이어졌다.

유 대장은 "조경철 천문대는 40여곳에 이르는 국내 시민천문대 중 가장 높은 곳(해발 1010m)에 위치했다"며 "날이 좋으면 북쪽으론 금강산이 보이고 남쪽으론 롯데타워가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조경철 천문대에서 별을 관측할 수 있는 날은 1년 평균 130일 정도다. 시민천문대 중 가장 큰 망원경도 갖췄다"면서 "국내 최고 시민천문대"라고 자부했다.

조경철 천문대는 국내 시민천문대 중 가장 큰 망원경을 갖췄다.
■달 표면 관찰하며 "우와" 감탄
유 대장은 별을 잘 관찰하기 위한 유의사항도 설명했다. 그는 "별을 보기 위한 최우선 고려사항은 날씨고 두 번째가 달"이라고 말했다. 달빛이 밝으면 별이 가려진다는 뜻이다. 도시에서 바라본 달빛을 생각하며 그 말을 의심했다. 실제 관측실에 나가 쏟아지는 달빛을 보고 나서야 그 말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빛이 없는 산속의 달빛은 놀랍도록 눈부셨다.

기자가 천문대를 방문한 날엔 달이 밝고 날이 흐려 별이 많지 않았다. 달과 목성을 주로 관찰했다. 망원경을 통해 달의 거칠고 울퉁불퉁한 표면을 눈에 담았다. 아이들은 "우와 달, 달"하며 감탄했다. 유 대장은 참가자들의 스마트폰을 망원경에 가져다 대며 달 사진을 담아줬다. 목성과 베가(직녀별)도 관찰했다. 목성 표면의 붉은 줄무늬와 위성들이 보였다. 바람이 강하게 불자 망원경에 보이는 목성이 흔들렸다. 별이 바람에 스쳤다.

유주상 천문대장이 스마트폰에 담아준 달. 달이 무척 밝은 날이었다.
■자유로운 천문관측 가능..'캠핑족'도 보여
조경철 천문대 인근에선 자유 관측도 가능하다. 탐방객의 출입을 통제하지 않는다. 기자는 일행이 챙겨온 쌍안경과 망원경으로 1시간 가량 자유 관측을 했다. 자정을 넘기자 짙은 구름에 가려 있던 토성이 나왔다. 토성의 고리가 붉게 보였다. 화성은 작은 점으로 보였다. 자유 관측을 끝내고 내려오는 비포장 도로 옆으로 텐트를 치고 관측을 하는 캠핑족도 보였다. 기자와 일행은 달이 없고 하늘이 맑은 8월 그믐날 천문대를 다시 찾기로 했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
조경철 천문대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전시실 관람과 관람해설은 무료다. 과학강연과 심화관측 프로그램은 유료로 예약이 필요하다. 매일 저녁 8시 진행되는 '별 헤는 밤'과 밤 11시에 열리는 '심야관측'이 대표 프로그램이다. 베테랑 관측자를 위한 심화관측 프로그램 '집중관측'도 있다.

조경철 천문대 관측실에 구비된 망원경. 달과 목성, 직녀별을 봤다.

조경철 천문대 위로 별이 쏟아 지는 모습. 기자가 방문한 날엔 달이 밝아 달과 목성을 주로 관찰했다.

조경철 천문대 위로 별이 쏟아 지는 모습. 기자가 방문한 날엔 달이 밝아 달과 목성을 주로 관찰했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