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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부동산 시장]'로또청약' 역풍에 규제 칼 또 빼드나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3 17:37

수정 2018.06.03 20:56

100대 1 시세보다 싼 분양가에 투기 물려 … 분양 초과이익 환수 부활 가능성
[혼돈의 부동산 시장]'로또청약' 역풍에 규제 칼 또 빼드나

'묻지마 청약'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수도권 일부 신규 분양시장에 대해 정부가 새로운 규제의 칼을 빼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2~3년간 급등한 시세에 한참 못 미치는 싼 분양가로 공급되면서 '로또 아파트' '반값 아파트'로까지 불리는 몇몇 분양단지에 투기수요가 몰리고 있어서다.

특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는 등 정부가 부동산으로 인한 초과이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신규 분양시장의 이 같은 과잉 열기에도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분양 아파트에 대한 초과이익 환수의 방법은 이미 기존에 '채권 입찰제'를 통해 실현한 바 있다. 상한가로 매겨진 분양가와 주변 시세와의 차액을 채권으로 사게 하는 제도로 판교신도시 분양 등에 적용됐다. 수요자들이 기대되는 시세차익만큼 채권을 사야 하기 때문에 로또아파트 양산을 막을 수 있는 이 제도는 지난 2013년 이후 폐지됐다.


더굿경제연구소 조현욱 부사장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 대부분에 제약을 건 상태에서 유일하게 남은 게 신규 청약시장이다보니 '로또 아파트'가 돼서 투기수요가 몰리고 있다"면서 "분양 초과이익도 환수하는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면 주택으로는 더 이상 돈을 벌려고 하지 말라는 강력한 시그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입찰제가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서울·수도권 일부 분양 아파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청약 열풍' 때문이다. 일반 주택시장은 정부 규제로 위축됐지만 분양가가 싸고 규제가 덜한 새 아파트에 시중의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

실제 지난달 말 청약 접수를 진행한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미사역 파라곤' 1순위 809가구 모집에 무려 8만4875개의 청약통장이 몰렸다. 평균 104.9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 앞서 분양된 하남 감일공공택지의 '하남 포웰시티'는 1순위 청약에서 5만5000여명의 청약 인파가 몰리며 평균 26.3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고, 서울 일원동 개포8단지 재건축 '디에이치자이 개포' 역시 1순위 청약에 3만1000여명이 몰리며 평균 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이상과열 현상이 정부의 분양가상한제가 만든 역설이라는 점이다. 시장에 적극 개입해서라도 투기수요를 막겠다는 정부에 의해 로또 아파트가 양산되면서 부동산 투기를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대 수도권 3위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미사역 파라곤'은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적어도 3억원 정도는 낮다. 공공택지지구의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분양한 단지의 분양가보다 높을 수 없어 최근 급등한 하남 미사강변도시의 시세를 반영하지 못했다. 그 결과 3.3㎡당 평균 1450만원의 분양가로 이는 주변 시세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부동산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무작정 청약통장을 내고 보는 현상이 생기면서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 위주 시장으로 재편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의도가 훼손되고 있다. 이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면서 주택으로 인한 초과이익을 기존 아파트가 아닌 신규 아파트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단 국토부 주택토지실 관계자는 최근의 로또 아파트 광풍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수도권 일부 지역의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제도를 만들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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