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헌 무산에 방치된 '동물권'


한국의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을 넘어섰다. 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동물의 권리, 즉 '동물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동물권 보장을 요구하는 동물보호단체들은 물론 일반인도 늘어나면서 국회나 정부에서도 동물보호법 개정 등 제도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법에는 동물권(動物權, animal rights)이 명시돼 있지 않다.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제38조 제3항에는 '국가는 동물보호를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돼있다. 동물보호를 국가의 의무로 명시한 셈이다. 이 개헌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동물보호에 대한 법적 지위가 마련되고 관련 하위법령에 세부 내용과 함께 관련 정책과 제도, 예산 등 행정 및 재정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개헌에 대한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국가의 동물보호 명시를 천명한 이번 대통령 개헌안이야말로 많은 사람이 원하는 가장 바람직한 최선의 대안이라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국회 개헌 논의는 진행되지 못하고 6월 개헌은 결국 무산됐다. 이에 따라 '동물권 개헌'도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최근 인천에서는 태어난 지 4∼5개월 된 새끼 고양이가 당시 온몸에 화상을 입은 채로 구조됐다. 학대로 인해 한쪽 청력을 거의 잃고 뇌까지 손상된 상태였다. 또한 경기 성남 판교의 한 아파트단지에서는 토막난 새끼 길고양이 사체가 발견된 바 있다. 해당 아파트단지에서는 지난 3월 초에도 2건의 학대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권단체 케어가 발표한 2017년 활동평가자료에 따르면 한해 동안 케어에 접수된 동물학대 제보는 총 1930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동물학대가 76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포기 및 요청 470건, 번식 및 식용 114건, 기타(전시·오락동물, 판매, 질병 등) 583건으로 나타났다.

동물권에 대한 조항이 명시되지 않음으로써 무수히 많은 동물이 지금 이 순간에도 물건에 불과한 지위와 법의 사각지대에서 인간에 의한 생사의 고통을 받고 있다. 국회는 하루빨리 개헌 논의에 착수해 동물보호를 국가의 의무로 확인하고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생활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