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靑 '반쪽 통계' 닷새만에 대응자제로 전환 이유는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5 16:12

수정 2018.06.05 16:12

청와대는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소위 '반쪽 통계' 논란과 관련 5일 닷새만에 '무대응'으로 전환했다.

해명 자체가 논란만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 내부에선 또 '미숙한 설명'이 소득악화 문제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관심과 우려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보수 야권은 청와대의 '대응 자제'를 '설명 회피'로 보고, 공세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노동계 마저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에 반발, 고강도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청와대로선 샌드위치 공세에 놓인 것. 대응자제 기조가 유지될 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릴 경우 대규모 일자리 상실이 우려된다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와 관련 "KDI 연구원 개인의 보고서가 아닌가"라며 "공식 입장을 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KDI는 전날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란 최경수 선임연구위원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 위원은 보고서에서 "2년간 최저임금을 연 15%씩 급격히 올리면 그로 인한 고용감소가 2019년 9만6000명, 2020년 14만4000명에 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인상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역시 이날 오전 11시 춘추관 브리핑에서 KDI 보고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사안마다 입장을 내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라며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보고서를 작성한 최 선임연구위원이 이날 오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실상 전날 보고서에서 제시한 주장을 뒤집는 내용으로 인터뷰를 했음을 언급하며, "그 인터뷰 내용을 참고해달라는 말씀으로 저희 입장을 대신하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전날 KDI보고서가 발표되자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도 대응 자제로 이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한 건 불완전한 조각 해명 자체가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키우고, 야권의 공세에 휘말리는 재료로 사용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그대로 끌고가겠다는 신호라는 해석도 있다.

홍장표 경제수석이 소득주도성장론의 성과에 집중한 나머지, 방어적으로 언론 브리핑을 했고, 이로 인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완책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내부의 시각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긴급 소득동향점검회의를 열 정도로 소득분배 악화에 대한 인식이 엄중하며 이에 대한 보완책 마련을 지시한 상태인데, 근로자 90%만 소득이 늘었다는 내용만 부각되는 바람에 본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야권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을 놓고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최저임금 논란과 관련 추가 입장발표를 자제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비난을 이어갔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어려운 민생경제를 바라보는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자료 자체를 왜곡해서 국민에게 설명했다는 언론 지적에 대해 어떠한 추가 설명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권성주 바른미래당 대변인 역시 "청와대가 (최저임금 문제를)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는 건 이번 사안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청와대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따라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이태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