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 고법 부장판사들 "고발은 우려돼"..젊은 판사와 입장 차

차관급 고위 법관인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검찰 수사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심을 나타냈다.

5일 법원에 따르면 20년 이상 재판을 한 중견법관으로 구성된 서울고법 부장판사회의는 이날 회의를 거쳐 "사법행정권의 부적절한 행사가 사법부의 신뢰를 훼손하고, 국민에게 혼란과 실망을 안겨줬다"고 밝혔다.

이어 "묵묵히 재판을 수행하는 다수 법관들의 자긍심에 커다란 상처를 준 점에 대해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특별조사단이 수개월 동안의 조사를 거쳐 발표한 이번 조사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사법행정권의 남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적인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사법부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다만 '양승태 사법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강한 우려심을 내비쳤다.

이 법원 부장판사들은 "대법원장·법원행정처·전국법원장회의·전국법관대표회의 등 사법행정을 담당하거나 자문하는 기구가 형사고발·수사의뢰·수사촉구 등을 할 경우, 향후 관련 재판을 담당하게 될 법관에게 압박을 주거나 영향을 미침으로써 법관과 재판의 독립이 침해될 수 있음을 깊이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고법 부장판사회의는 대상 참석자 63명 가운데 과반수가 출석해 이 같은 내용을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했다.

이 같은 내용은 전날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에서 나온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는 입장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대책마련을 놓고 원로 법관과 젊은 법관의 극명한 입장 차를 보인 것이다.

전날 열린 서울중앙지법 배석판사회의도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회의는 4일 이번 사태에 대해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참담함을 느끼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이에 따른 추가안에 대해서는 이틀에 걸쳐 진행됐으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앞서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지난달 25일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두고 특정 재판 결과를 활용해 박근혜 정부를 설득했다는 문건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최근 "재판에 개입한 적이 결단코 없다"며 의혹에 대해 완강히 부인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